“빵 문화는 ‘나누는 문화’라고 말할 수 있어요. 빵 한 점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친구 되는 건 금방이죠. 나눔이 있는 ‘즐거운 빵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밥 문화, 술 문화, 공연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겐 아직 낯설게 들리는 빵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결심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빵生빵死’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빵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정은진 씨(37·사진).
정은진 씨는 동네 골목에 숨어 있는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인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 사진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고 기록들을 모아 ‘정낭자의 빵생빵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출간으로 유명인이 된 그는 지난해 서울시와 협업해 ‘스마트 서울맵’ 앱에 동네 빵집을 소개하는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빵은 스토리가 있는 음식
‘빵에 살고 빵에 죽는다’는 정은진 씨는 왜 파스타도, 초밥도, 떡볶이도 아닌 ‘빵’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빵이 정은진 씨의 유년 시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퇴근한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던 봉지에 한가득 담긴 빵을 골라 가족들과 나눠먹으며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4남매가 빵을 먼저 고르기 위해 게임을 하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빵을 먹으며 하루를 정리하던 유년 시절의 추억 때문에 그에게 빵은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 됐다. 지금도 정은진 씨는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작은 언니와 국내·외의 빵 소식을 나누며 안부를 확인한다. 빵은 그와 가족 사이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빵집 마케터라는 길을 개척하다
“좋아하는 빵을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 순간 가전제품 마케팅을 그만두고 빵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가전제품 마케팅은 정은진 씨가 10여년간 해왔던 일이다. 그는 동네 빵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기 위해 애정어린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제출했다.
정은진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동네 빵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 한달에 35만~4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꼬박 기록한 내용들은 그만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대한민국에 곳곳에 있는 빵집을 다닌 결과 정씨는 빵집에도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기존에 했던 마케팅과 좋아하는 빵을 접목시킨 ‘빵집 마케터’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빵집 정보를 나누다
지난해에는 블로그의 기록들을 다듬어 직접 엄선한 35개의 베이커리를 소개하는 ‘정낭자의 빵생빵사’라는 책을 집필했다.
“자주 찾던 빵집을 소개하기도 했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빵집을 깜짝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책을 본 명장님들이나 제빵사분들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말씀하기도 하셨어요”
소리 소문 없이 빵집을 찾아 소개를 한 것은 ‘참 잘 했어요’ 도장을 찍고픈 빵집들에 대한 정씨 만의 깜짝 이벤트이기도 했다. 그는 “맛도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재료도 신선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빵집들이 많다”며 “그런 곳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나누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은진 씨는 맛, 가격, 재료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빵집에 기폭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는 곳이 더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라며 자신을 빵집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했다.
빵집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 ‘정낭자 빵생빵사’에 부록으로 빵집 지하철 지도를 만들었고, 서울시와 빵집 지도를 제작했다. 지도를 이용해 빵집을 소개하는 아이디어는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하던 기억에서 착안했다.
◆맛있는 빵은 어울림이 있는 빵
정은진 씨가 생각하는 보물 같은 빵은 무엇일까. 그는 “간이 알맞고 재료간의 궁합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빵도 음식이기 때문에 각 빵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 잘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한 빵은 고소한 맛, 단 빵은 단 맛, 짭짤한 빵은 짭짤한 맛이 나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시식용 빵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주로 눈에 띄는 빵이 없다면 식빵, 호밀빵과 같은 기본빵을 먹어본다. 정은진씨는 “기본적인 빵은 그 빵집의 척도를 이야기하기 한다”며 “기본에 충실한 빵집이라면 다른 빵들도 분명 맛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엄연한 빵 마케팅 회사 ‘빵생빵사’의 대표지만 정은진씨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낭자의 빵생빵사2’도 출간하고 싶고, 계간지 ‘빵생빵사 매거진’도 꾸준히 내고 싶다”며 “무엇보다 즐거운 빵 문화를
“아! 그리고 대중들을 위한 빵 정보도 나누고 싶어요. 예를 들어 빵 맛있게 먹는 꿀팁, 빵 보관법, 맛있는 빵 고르는 법 같은 거요.” 상상만으로 즐거운 듯 정은진 씨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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