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과잉, 우유 소비 감소, 출산율 하락 등 내수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우유업계에 모처럼 청신호가 켜졌다.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흰우유의 중국 수출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17일 연세우유(대표 김석수 연세대 이사장)는 중국 최대 유제품 생산업체 내몽고이리실업그룹과 향후 10년간 총 4000억원 규모 백색시유(흰우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흰우유는 살균 방식에 따라 멸균우유와 일반 살균우유로 구분되며 99% 이상 원유에 비타민이나 칼슘 등을 첨가한 강화우유도 저지방우유와 함께 흰우유 제품으로 많이 팔린다. 다만 유통기한이 10주가량인 멸균우유에 비해 살균우유는 7~10일 정도로 짧아 수출 주력 품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강화우유는 유통기한이 15일 정도로 일반 살균우유에 비해서는 조금 더 긴 편이어서 상대적인 수출경쟁력을 지닌다.
이번에 연세우유가 중국에 수출하기로 한 흰우유도 바로 강화우유다. 연세우유는 생산 후 5일 이내의 신선한 강화우유를 중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수출 품목 중에는 어린이를 겨냥한 우유도 포함된다. 이 제품에는 아이들 면역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클로렐라 추출물 등이 비타민과 함께 포함될 예정이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이번 수출 계약을 위해 지난 1년간 중국 업체와 꾸준히 협의해 왔다”며 “중국 내 프리미엄 우유 브랜드로서 한국산 우유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세우유의 중국 수출은 연매출 1조원대의 국내 메이저 우유업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 내 우유업체(연매출 2000억원)가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세우유 제품을 공급 받기로 한 내몽고이리실업은 1956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10조8000억원을 올린 중국 1위 우유업체다. 이 회사의 지난 2003~2012년 연매출 평균 증가율은 무려 23.2%로 이 기간 중국 유제품시장 전체 연매출 평균 증가율(10.4%)의 2배를 넘는다. 내몽고이리실업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등 대형 국제 행사 때마다 중국 선수들에게 자사 우유를 독점 공급해 왔으며 2014년에는 미국 유업체 DFA(Dairy Farmers of America)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네덜란드에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연세우유의 이번 흰우유 중국 수출은 국내 우유 소비 부진을 타개하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산 흰우유 가운데 원유 100% 살균유 수출액은 2013년 109억원을 웃돈 뒤 2014년 60억원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해 5월 중국 정부가 해외 유제품 생산업체(품목)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기존 초고온 살균 방식의 한국산 흰우유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세우유와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 국내 유업체 3곳은 저온 살균 방식 체제를 새로 갖춰 지난해 7월부터 중국에 흰우유 수출을 재개했으며 올해 이들 3개 업체 살균유 수출 규모는 1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연세우유는 살균유 수출과는 별개로 이번에 대규모 강화우유 수출까지 성사시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연세우유는 저온 살균유를 포함한 강화우유 등 흰우유 제품을 올해 총 150억원가량 중국에 수출하고, 2017년 200억원, 2018년부터 연간 400억원 이상씩 수출할 방침이다.
현재 1ℓ짜리 한국산 흰우유는 각종 물류 비용이 더해져 중국 현지에서 국내 가격보다 2.5배가량 더 비싼 7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1962년 설립된 연세우유는 하루 생산능력 300t 규모의 충남 아산공장과 경기도 여주시 은아목장 등 130여 개 전용 목장을 통해 유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목장을 직접 관리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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