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회사 SK텔레콤이 국내 최대 케이블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M&A)하겠다며 지난해 1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한 지 22일로 174일째를 맞았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일수는 접수일로부터 최장 120일로 규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심사는 이례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지난 25년 동안 전세계 이동통신업체 관련 M&A 심사에 할애된 기간은 평균 59일”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무려 3배에 육박하는 기간이다.
이에 대해 22일 공정위 관계자는 “보정자료 요청으로 지연된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며 “자료보정 기간을 밝힐 수 없지만, 자료보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정확한 심사기간은 120일이 아직 안 지났다. 사안에 따라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대 국내 통신 분야 합병 사례를 참고하면 공정위의 이같은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통신 분야 M&A에서 가장 심사가 길었던 사례는 지난 1999년 발생했던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합병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와 3위 사업자 합병으로 통신업계에서는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며 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결합 심사는 145일만에 끝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내 통신분야 합병 심사는 60일을 넘기지 않았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공정위가 신속하게 결론을 내줘야 하는데, 심사가 불필요하게 장기화하면서 국내 방송통신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투자위축마저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경기조사(BSI)에 따르면 지난 1년간 BSI 지수는 80점대에 머물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100미만이면 경기가 나쁜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으로 ICT 분야 수출감소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통신회사와 케이블업체 투자가 6개월째 묶이면서 내수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후 국내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야에 5조 원 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 스스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3월 21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문제가 곧 결론 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후 두달 동안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성철 고
[이선희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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