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투입되는 한국은행 대출금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하기로 했다. 중앙은행 자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한은도 신보 보증이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로써 자본확충펀드 구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또 자본확충펀드는 한번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책은행 자본 수요에 맞춰 그때 그때 재원을 조달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23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이들 기관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는 그동안 한은이 요구한 ‘담보’ 방식으로 신보가 한은 대출에 보증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현재 자본확충펀드 조성은 기업은행을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의 창구인 이른바 ‘도관은행’으로 지정하고, 기은에 정부 현물출자·한은 현금대출로 재원을 마련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은행이 캠코(자산관리공사)로 자금을 이동시켜 SPC를 설립하는 방안과 기은과 캠코가 SPC를 공동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같은 방안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동안 한은이 요구한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을 어떻게 충족시킬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한은이 대출을 할 때 담보를 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신보를 참여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담보 문제가 사실상 해결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이 SPC인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대출을 할 때 이 대출금에 신보가 보증을 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SPC는 대출 어음을 발행하고 기업은행이 이를 다시 최종 대출자인 한은에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보 보증은 정부의 담보 제공과 달리 나랏빚(국가채무)에 포함이 안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더 이상 보증과 담보 논란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논의중인 사항”이라면서도 “신보 참여는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2009년 은행 자본확충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목표로한 투자 자금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돈을 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자금만 모아 투입한 뒤 추가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 그때 그때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9년 당시에는 한은이 10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을 구성해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마련하겠다고 큰 그림을 그렸지만 실제로 마련해 집행된 금액은 4조원 안팎이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 구조조정을 위해 1차적으로 필요한 재원 규모를 5조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당장 자본확충이 시급한 수출입은행이 조선·해운 기업 등에 지원해 준 대출 등급을 조정할 경우 3조 7000억원,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을 최소 준수 기준에 맞추기 위해 1조 7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향후 조선·해운 부실이 커질 경우 재원이 얼마나 필요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에 정부에서는 시나리오별로 투입 규모를 검토해 본 뒤 그때그때 실제 상황을 보면서 재원을 마련해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인 코코본드나 후순위채를 매입하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향후 재원 활용 방안에 대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상황에 맞춰 발행할 코코본드나 후순위채 등을 SPC가 매입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 관계자는 “한은의 담보 요구가 신보 보증으로 해결돼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 남아있는 문제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 밖에 없다”며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등 추이를 보며 시나리오별 분석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고, 펀드에서 매입한 산은·수은 증권 처리 방식과 이에 연동된 펀드 운영기간 등의 문제만 더 논의해보면
[조시영 기자 / 이상덕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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