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이 올해 1분기까지 진 가계 빚이 12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액수지만 작년 4분기 보다는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폭증세가 다소 주춤해진 셈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대출심사(여신심사 가이드라인)를 강화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대출심사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도 일부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은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이 1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키는 통계로 예금은행 뿐 아니라 보험 대부업체 공적금융기관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모두 더해 산출한다.
가계 빚은 작년 한해 동안 112조원 이상 급증하는 폭증세를 보였다. 1분기 1098조3000억원에서 4분기 1203조1000억원으로 2분기부터 매분기마다 약 30조원씩 늘었다. 하지만 이번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20조6000억원(1.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한은은 “증가세는 여전하지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가계신용 증가 폭은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회사 가계대출 증가율은 유독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심사 강화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가계 상당수가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제2금융권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가계 빚 증가액 20조6000억원을 뜯어보면, 예금은행 대출은 5조6000억원(27.2%)에 그친데 반해 나머지 15조원(72.8%)은 대출은 비은행권이었다. 비은행권 15조원 중 7조6000억원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었고 보험, 연금, 카드사, 할부사 등 기타금융기관이 7조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 1분기 예금은행 가계 빚은 전분기 대비 1.0%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0%, 기타금융기관은 2.2% 각각 늘었다. 특히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작년 1분기 94조6000억원에서 올 1분기 102조1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가계 빚 억제 정책을 펴면서 총액은 주춤 할 수 있지만 비은행권이 가계 빚이 늘면서 빚의 질은 악화될 수 도 있는 대목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은행 대출태도지수는 -15로 2008년 4분기(-23)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하자 2금융권으로 저신용 저소득층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이후 3·4분기 건설사들이 분양 밀어내기 등을 감행하는 등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면서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수준(21조원)이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저소득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기업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부채 증가는 당분간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순히 증가폭이 줄어들었다고 긍정적으로 볼 순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