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선정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해외 전문 용역기관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에 후보지 선정을 맡겼다. ADPi는 작년 6월 국토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1년여간 연구용역을 벌여 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항공 운영·주변 개발·대기 조건·연계 교통·건설 비용·환경 영향 등 9개 입지선정 기준과 국내외 공항 건설 사례 등을 고려해 30여개 세부 평가 기준과 가중치(배점) 등을 정하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2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직접 발표에 나선 ADPi는 결국 ‘제3안의 대안’으로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연출했다.
◆ 어떻게 평가했나
ADPi은 지난해 6월부터 5단계로 나눠 입지 선정을 진행해왔다. ▲지난 연구결과와 개략조사를 통해 잠재적 후보지 선정 ▲합격·불합격 기준으로 후보지 압축 ▲후보군 내 평가 등을 통해 후보지 최종 압축한다. 그 뒤에 평가 방법을 결정한 뒤 입지를 평가해 최적 대안을 결정하는 순이다.
우선 영남권 35개 후보지를 선정한 ADPi는 1단계로 접근성과 수요, 지형, 도시화 정도를 근거로 후보지를 25개로 줄였다. 이어 장애물 기준에 합격·불합격을 적용해 8곳을 가려낸 ADPi는 소음과 비용, 접근성을 근거로 최종적으로 경남 밀양과 가덕도,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3가지 선택지를 최종 후보로 올렸다.
이어 ▲공항운영 ▲전략적 고려 ▲사회경제적·생태적 효과 ▲비용과 리스크 등 4가지 평가기준을 선정한 ADPi는 각 평가기준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시나리오 형태의 접근방법’을 사용해 주요 시나리오별로 각각 최적의 대안을 도출한 뒤 상대 평가 기법에 따라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ADPi는 밀양과 가덕도가 김해공항의 국제선·국내선 기능 모두를 넘겨받을 경우 대구공항 등의 폐쇄를 전제로 하는 만큼, 연간 4000만명, 국제선 기능만 넘겨받을 경우 연간 2800만명의 여객수요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뒀다. 다만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경우에는 대구공항 폐쇄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만큼, 국제·국내선을 포함해 연간 3800만명의 여객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면 되는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ADPi는 밀양과 가덕도에 각각 국제선만 두거나 국내·국제선을 함께 두는 방안과 김해공항 확장안 등 모두 5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분석에 들어갔다.
◆ 공항운영은 ‘김해’가 최고
고층아파트나 산봉우리 등 고정장애물을 비롯하 각종 장애물과 바람 등 기상여건은 밀양과 가덕도가 가장 치열한 대결을 보여온 부문이었다.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 측은 정부가 고정장애물 등 밀양에 불리한 평가기준을 배제했다며 발표 직전까지 크게 반발했고, 국토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대결구도가 반복됐다.
하지만 정작 용역을 맡은 ADPi는 공항과 항공기 운영에 있어서 밀양이나 가덕도가 아니니 김해공항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ADPi는 공항운영과 관련된 평가기준을 장애물과 기상, 기타 비항공적 위험으로 세분화했다. 다시 장애물은 고정장애물과 이동장애물, 이·착륙 장애물, 조류가 항공기에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까지 포함하는 세분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했다.
또한 ADPi는 가중치에 있어서 기준 시나리오(Reference Scenario)를 통해 1000점 만점에 공항운영에 가장 높은 300점의 점수를 할애했다. 그 결과 김해가 가장 높은 220점을 획득했고, 가덕도가 201~205점으로 뒤를 이었다. 27개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는 논란을 빚었던 밀양은 121~128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 접근성과 경제성은 ‘밀양’과 ‘김해’의 각축
ADPi는 접근성과 경제성을 ‘전략적 고려(Strategic Consideration)이라는 이름으로 평가에 반영했다. 접근성과 배후의 시장 잠재력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향후 공항항을 넓히기가 얼마나 쉬우냐는 확장성 항목도 함께 포함됐다.
접근성과 경제성은 당초 밀양과 가덕도의 2파전에서는 밀양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이었다.
영남권 5개 시·도 모두에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이미 KTX나 주요 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결 교통망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구미 등 주변 산업단지와 연계효과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 면에서도 가덕도에 비해 다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가덕도는 확장성에 방점을 찍었다. 내륙에 둘러싸인 밀양과 달리 바다에 접해 매립용지를 활용하는 가덕도는 확장성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ADPi는 ‘전략적 고려’ 평가기준과 관련해 기준 시나리오에 따를 경우 밀양에 1개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70점 중 66점을 받아 최고점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그 뒤를 이어 64점을 받았다. 다만 좁은 밀양의 입지조건 때문에 2개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안은 62점으로 오히려 점수가 떨어졌다.
가덕도는 52~59점을 받아 김해는 물론 밀양에 비해서도 접근성과 경제성 등 면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ADPi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최고 엔지니어는 “가덕도는 (섬의 특성상)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너무 국토의 남단에 처져 있어 접근성 자체도 문제가 된다”며 “오히려 밀양이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신공항 입지에는 가깝지만 (좁은 입지로 인해) 여전히 접근성의 문제는 남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해공항은 3200미터 짜리 활주로를 1개 건립할 경우 A380와 같은 초대형 항공기까지도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성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김해공항이 당장 접근성과 경제성 면에서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김해 신공항이 접근할 수 있는 철도나 도로 등을 완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공항 확장이 공항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 2013년 이진행된 한국공항공사의 ‘김해공항 활주로 용량 증대 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기존 남북 방향인 2개의 활주로(3200m, 2743m) 서쪽에 반시계방향으로 50도 정도를 비튼 길이 2700m짜리 보조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1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비용으로
하지만 신공항 지지자들은 “남해고속도로 지하화 등 7조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며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기 위한 정부의 물타기 전략”이라며 애써 무시해 왔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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