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남대문 시장. 이곳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 모씨(59)는 서툰 일본어로 일본인 관광객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메르스 이후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까지 줄고 있다”며 “ 앞으로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바닥을 알 수 없는 내수침체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소비현장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6월보다도 못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서민경제의 큰 축인 자영업자들의 ‘밑바닥 경기’ 역시 역대 최악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어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대 성장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올해 6월 매출 증가율(기존점 기준)이 전년동기 대비 0.2%에 그쳤다. 이마트도 0%대 성장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대비 10.8%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메르스 기저효과로 올해 6월 매출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참담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메르스 사태로 꺼져버린 매출이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8%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도 소비가 더 악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메르스 이전 수준의 매출회복은 당분간 불가능한 숙제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를 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묘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백화점들이 일제히 시작한 여름세일 또한 신통치 못하긴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의 세일 첫 주말 실적은 전년대비 4.5% 증가에 그쳤다. 작년에는 금요일에 세일을 시작한 것과 달리 올해는 목요일에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경기전망지수는 올 6월 78포인트까지 추락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100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100이하면 경기 부진을 예상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6월 95포인트, 지난해 6월 82포인트에 이어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훨씬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식당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고객들 숫자도 줄고 고객당 매출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가게 운영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정부는 내수경기를 살리겠다고 틈만 나면 말하는데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수부진은 경제성장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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