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경배 회장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53)이 순수 기초 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한다. 자사 제품 개발과는 무관한 순수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재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1일 서 회장을 비롯해 김병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오병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권승화 EY한영 대표이사 등 국내 과학계 저명인사 7명이 모여 재단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출범하는 이 재단은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과 장기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을 담은 공익재단으로, 서 회장의 사재 출연금을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에서 하는 연구를 재단에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모험적인 연구 △공익적인 연구 △장기과제를 지원하며 최소 5년에서 15년간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출연금 규모와 사업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출범시기에 맞춰 발표된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서 회장은 기초과학 업계에서 국내 과학자들이 선두주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실용연구를 중심으로 선진 과학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으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의적인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평소에도 화장품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 등 기초 과학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는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세계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고 서성환 선대회장의 믿음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아시안 뷰티의 연구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안 뷰티 연구소(Asian Beauty Laboratory)’를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원 내 신설해 인삼, 콩, 녹차 등 아시안 뷰티 특화 소재를 통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과학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개척하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국내 젊은 신진 과학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연구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과학분야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 저변 확대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서 회장은 “연구 활동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가시적인 연구 성과가 뚜렷이 확보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 활동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과학재단 출범 배경을 밝혔다.
[박은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