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키몬고(미국은 포키몬으로 발음) 하러 왔어요?”
“전 방금 크래비(게 모양 포켓몬 캐릭터) 잡았어요”
12일 오후 2시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소인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 현장엔 주민과 관광객 약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 중 여러명은 포켓볼을 구할 수 있는 포켓스탑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Niantic)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 전역이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에 흠뻑 빠졌다.
포켓몬고 열풍은 아직 게임 출시가 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13일 속초행 버스에서 만난 대학생 한 모 씨는 “국내는 아직 포켓몬고 게임을 할 수 없는 줄 알았는데, 속초에서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바로 고속버스터미널로 왔다”면서 “2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12시29분 발 속초행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버스표가 매진되면서 인터넷에 판교 테크노밸리 SK주유소 앞에서 속초원정대 카풀하자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포켓몬 고는 포켓몬 캐릭터와 AR을 접목한 게임이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하고, 그 위에 포켓몬스터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실제 공간을 뛰어다니는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면 된다. 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작동하는 구글맵 서비스에 기반한다. 포켓몬고를 만든 개발업체 나이언틱랩은 구글맵 지도를 활용해서 포켓몬 게임을 설계했다. 이용자 스마트폰이 인식한 위치가 구글맵이 제공하는 지도와 맞아야 게임이 작동한다.
포켓몬고는 미국, 호주 등에서 정식 출시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같은 정식 오픈마켓이 아닌 우회경로로 다운받을 수 있지만, 실행해도 작동이 안된다. 구글맵 서비스가 한국에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속초나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실행되는 현상에 대해 IT업계는 구글맵이 한국으로 인식하지 않은 해안가 지역에 ‘우연의 일치’로 서비스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포켓몬고 열풍으로 인해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AR 기술이 향후 모바일 산업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AR는 가상현실(VR)에 비해 덜 주목받아왔다. 두 기술은 현실 확장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적용범위나 사용법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VR는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구현한 시뮬레이션이다. 사용자는 VR안에서 마치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느낀다. 반면 AR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결합된 공간이다. 실제 현실 이미지에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구현된 가상 콘텐츠를 입혀 ‘변형된 현실’을 구현해낸다. VR은 별도 헤드셋(HMD)을 착용해야하고 장소 이동에 한계도 있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에서 구현되는 AR은 배터리,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VR에 비해 이동성과 편리성이 보장된다. 또한 시야 불편함도 덜하다.
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진흥단 단장은 “AR은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만 있다면 어떠한 공간도 AR 데이터로 변환해 콘텐츠를 재구성할 수 있다. 별도 공간을 구현해야하는 VR에 비해 훨씬 제약이 적다”면서 “의료, 교통, 교육, 관광 등 일상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IT 업계는 VR보다 AR 시장성이 더 크다고 바라본다. 영국 투자은행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VR 산업은 300억 달러인 반면 AR 산업은 그 4배인 12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보통신기술시장의 새 패러다임의 주류는 VR 보다 AR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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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서울 = 이선희 기자 / 속초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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