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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철 열대야로 부산 수영구 민락 수변공원에서 밤을 보내는 시민들. <매경DB> |
장마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한낮기온이 계속 30℃를 웃돌고 밤에도 25℃ 안팎이 유지되면서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습하고 더운 날씨에 밤새도록 뒤척이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장애클리닉 정석훈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빛이 줄어들고 체온이 떨어져야 하지만, 여름에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아져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며 “불면증이 계속되면, 집중력 저하 및 졸음으로 다음 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어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석훈 교수는 이어 “날이 덥다보니 늦은 저녁 수박이나 음료, 맥주 등을 섭취해 요의를 느껴 자주 깨기도 하며, 늦은 밤 공포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지나친 자극으로 잠을 뺏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더운 폭염 날씨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일사병(日射病)과 열사병(熱射病), 열대야(熱帶夜)에 의한 불면증이다. 일사병은 ‘더위 먹은 병’으로 더운 공기와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우리 몸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폭염이 지속될 경우 몸이 열을 내보내지 못해 발생한다. 열대야는 여름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하루 평균 기온이 25℃이상, 하루 최고 기온이 30℃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에 잘 발생한다. 열대야가 발생해 밤의 기온이 높이 올라가고, 습도도 높아 선풍기나 부채 같은 것으로 더위를 쫓아내기 어렵게 되면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어진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노인이나 알코올 중독자, 냉방이 잘 안되는 집에서 사는 사람, 건설현장 노동자, 심장질환 등과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일사병 및 열사병에 의한 온열질환자는 1056명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11명 중 7명은 65세이상이었으며 주로 논과 밭에서 발생했다.
일사병과 열사병, 열대야는 주로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발령될 때 주로 나타난다. 폭염주의보는 6~9월 하루 최고 기온 33℃이상이 이틀 이상,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 35℃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문성우 교수는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인체의 체온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에 고장이 생겨 나타난다”며 “인체의 정상 온도인 37℃ 보다 높은 41℃ 이상 올라갈 경우, 고열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데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이 발병하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서늘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우선 환자를 서늘한 곳에 뉘이고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한 뒤 탈의를 시킨 후 환자의 몸에 물을 뿜으면서 선풍기를 틀어준다. 이와 함께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 빨리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여 전문적인 열사병 치료를 받아야만 추후 야기될 수 있는 합병증 발병을 최소화시킬 수있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에 쉬도록 하면서 시원한 음료(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도록 하는 게 좋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심한 증상에는 병원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폭염과 같은 무더위가 계속되면 온열질환을 비롯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호흡기질환, 사고, 경련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가까이 치솟게 된다. 실제로 65세이상 고령자들은 기온이 27℃에서 28℃로 상승했을 때는 사망률이 2.5%, 28℃에서 29℃로 상승했을 때는 3.1% 늘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같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폭염의 날씨가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기온 30℃ 넘으면 심장질환 사망률이 2배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몸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고온의 외부환경에 처하면 혈액 역시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근처 모세혈관으로 집중된다. 심장은 피부 표면의 순환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박동이 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여기에다 장기 및 근육 쪽으로 가는 혈액이 피부쪽으로 몰리면서 심장은 장기나 근육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고혈압 환자들도 무더위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되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고 냉방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외 기온차이가 4~5℃가 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운동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탈수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어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도 무더위에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급성 당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청량음료나 빙과류, 과일 주스 등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분 함량이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피하는 게 좋다. 수박이나 포도, 망고, 참외 등의 당도 높은 과일도 1~2조각 이상을 먹지 않도록 한다.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홍영선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수분 섭취를 위해서는 냉수가 가장 좋으며 보리차나 시원한 녹차 등도 이용할 수 있다”며 “스포츠 음료는 흡수 속도가 빨라 갈증 해소의 장점이 있지만, 당분 함량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폭염이 지속되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으면 잠을 자기가 어렵다.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섭씨 18~22℃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은 평균적인 온도이며 여름철에 이 정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면 너무 추울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대략 24~26℃를 유지하는 게 무난하다.
서울아산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정석훈 교수는 “실내외 온도차이가 너무 나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가 자극돼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있다”며 “저녁에 숙면을 취하려면 무엇보다 침실 온도를 섭씨 24~26℃ 정도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위에 밤잠을 설친다고 수면제를 복용해선 안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면제 사용은 분명 효과적이고 손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은 금단증상 및 의존의 위험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여름철 건강한 수면 생활지침 10가지>
· 항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 침대는 잠만 자라. 졸리지 않으면 눕지 않음
(책을 읽거나 TV 시청은 침대에서 금지)
· 하루 30분 땀이 촉촉하게 배일 정도로 운동
(수면 3~4시간전 격렬한 운동은 수면에 방해)
· 저녁에 자극을 주는 TV나 공포영화를 피함
·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담배, 술을 멀리함
· 따뜻한 우유 등 가벼운 군것질은 수면에 도움
· 잠자리에 들기 전 체온 올리는 더운물에 목욕
· 낮잠을 피하고, 자더라도 20분을 넘지 않음
·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맞추고 저녁엔 과식금물
· 잠자리는 편안하게, 수면제는 3주이상 복용금물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수면장애클리닉
<만성적인 불면증 없애려면…>
·침실온도 활동할 때보다 조금
·베개는 높지 않고 팔뚝 굵기가 적당
·침대는 허리 아프면 딱딱한게 좋아
·건강한 사람은 부드러운 침대 사용
·잠자는 자세, 살짝 웅크리는 게 좋아
·웅크리는 자세는 오른쪽 방향이 좋아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수면에 안좋아
·잠이 안오면 와인·따뜻한 우유가 도움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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