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년만에 풀체인지된 신형 E클래스를 국내 출시하면서 인기몰이 중이지만 뒷맛이 개운찮다. 신형 E클래스는 지난달 출시해 현재 사전예약만 9000대에 이르고 있지만, 디젤(경유) 모델인 더 뉴 E클래스 220d 출시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5월 열린 신차 공개행사에서 신형 E클래스 220d를 6월말 출시할 예정이라며 가격까지 공표했지만 환경부의 까다로워진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아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 중 가솔린 모델 비중이 가장 높은 벤츠코리아조차도 지난해 디젤차량 판매 비중은 60%, 올해 초(1~5울)엔 70%까지 높아진 상태다. 신형E클래스의 경우에도 절반 정도는 디젤모델을 주문한 대기고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의 인증이 차일피일 계속 미뤄질 경우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벤츠코리아의 마케팅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볼보코리아는 SUV 기함모델인 볼보 XC90의 흥행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6개월 이상 끌어온 환경부의 배출가스 인증을 지난 5월 통과하면서 ‘가장 큰 산’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번주부터 본격판매에 들어가는 XC90은 최고급 모델임에도 570여대가 사전예약된 상태인데, 디젤 비중은 59%에 이른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인증을 받는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든다”며 “우리는 독일차가 아니지 않느냐는 읍소까지 하면서 결국 6개월만에 인증을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수입차 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환경부의 디젤 배출가스 인증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환경부의 위임을 받아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이하 환경과학원)는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 신차의 배출가스 인증을 거의 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환경과학원은 총 59개 모델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을 내줬다. 이 중 디젤 모델은 아우디 A6 1종, 볼보 XC90 2종, BMW 7시리즈 2종, 재규어 F-PACE 2종 등 총 7개 모델에 불과하다. 심지어 6월에는 단 한개의 디젤 모델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수입차 디젤 전성시대가 이어지면서 승인 목록의 절반 이상은 항상 디젤모델이 차지한 것과 완연히 대비된다.
실제 올해 2/4분기 환경과학원은 총 56개 수입차 인증모델 중 디젤차량은 6개로 10.7%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에는 166개 수입 인증차종 중 디젤모델이 109 종으로 65.7%를 차지해 큰 대조를 보였다.
환경과학원 인증목록에서 수입 디젤차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환경부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정성적 기준을 들이대고 있어서다.
환경부 자동차 관련 담당자는 “지난해에 비해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인증을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환경부의 경유차 조사 발표와 최근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 이슈까지 합쳐지면서 디젤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차 메이커의 공급 의지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증실무를 담당하고있는 환경과학원 측도 “배출가스를 임의 조작한 폭스바겐에 대한 사회적 이슈 영향으로 인증 절차와 검증 작업이 보다 강화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의 디젤차량에 대한 깐깐한 인증절차는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9월부터 배출가스 인증 기준이 실험실을 넘어서서 실제 도로주행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미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차량도 모델체인지가 없다면 실제도로 기준에 적합한지 그 시점에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간 디젤차 중심의 판매전략을 써온 수입차, 특히 독일차 메이커들은 깊음
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정 수준이상의 차를 가지고 성실하게 인증절차를 밟으면 어느 정도 기간내에 인증이 난다는 기대를 할 수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요즘엔 디젤차 인증이 별 이유없이 반년이 지나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라고 털어놨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