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한진해운이 2분기 영업적자라는 ‘암초’를 만났다.
10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조만간 발표할 실적발표에서 3년만에 처음으로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바지에 다다른 선박금융과 용선료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한진그룹과 채권단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은 지난 1분기에도 영업손실 115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보통 5월부터 성수기에 접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영업적자는 한진해운의 경영사정이 상당히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해운이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3년 이후 3년만이다. 2012년 2분기 실적이 795억원 흑자를 냈던 한진해운은 2013년 557억원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다음 해부터 239억원, 592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성수기 직전인 3~5월께 운임이 바닥이었고 그 여파가 2분기 적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물동량이 늘거나 적어도 유지가 돼야 하는데 경영여건이 악화돼 영업을 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6월엔 흑자를 기록했으나 4~5월의 적자폭이 너무 커 영업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분기 적자가 현재 한진해운이 벌이고 있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협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이 국내외 선박금융회사로부터 빌린 선박금융 채무 중 내년까지 만기도래하는 5000억원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 협상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때 선박금융 유예에 긍정적이었던 금융사들이 한진해운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면서 돈 대신 선박이라도 제때 회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이 자동차 구입 할부금융처럼 선박을 사들이면서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으로 빚을 낸 선박금융회사는 HSH노르드방크 BNP파리바 등 해외 금융회사 25곳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 10곳이다. 2조 50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 대출금 중 HS노르드방크(3000억원), 코메르츠방크(2000억원) 등 외국계 금융사가 60%, 국내 금융사가 40% 가량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나빠 부족자금이 더 늘어났다”며 “선박금융 협상도 상황이 급반전됐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개최한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외 추가로 선박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만큼 이 협상의 성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자금은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정상화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진해운은 앞으로 1년 6개월 동안 1조∼1조 2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은 부족자금을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경영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면서 7000억∼9000억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4000억원 이상 출자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주 중에는 답을 줬어야 한다”며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해서 채권단에서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
한편 한진해운은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어 사채권자집회 일정을 잡고 공지할 예정이다. 집회 3주전에 공고를 해야 개최할 수 있고, 자율협약 기한 마감일이 9월 4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가 사실상 마지막 데드라인이기 때문이다.
[윤진호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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