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동안 가계·기업 등이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인 35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은행권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도록 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가구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해 부채의 질적 악화가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 여신 잔액은 671조 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 8909억원(5.5%) 증가했다. 이는 1993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수치인 2008년 상반기(33조 3943억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서 일컫는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이 포함되며 대부업체는 들어가지 않는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올해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라 은행권 대출심사가 엄격해지며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올해 들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은행의 집단대출뿐만 아니라 비은행 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요구해 각 가구의 상환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금융기관 건전성 자체도 은행보다 낮다는 점에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연소득 3000만원 미만 저소득차주 비중은 33.6%, 3곳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은 26.9%로 2014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모양새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특히 올해들어 급증한 제2금융권 대출을 주의깊게 보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주요수단인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상가 매매 등에 활용되는 기타대출 증가속도도 가파르다는 인식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은행금융기관 중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작년 말 대비 5.9% 증가해 5월 말 기준 105조 3278억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 증가율인 3.9%를 훌쩍 웃돈다. 기타대출 잔액도 157조 4936억원으로 연말 대비 5.6% 증가해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 증가율 3.6%를 크게 앞질렀다.
한은과 달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증가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부채의 질적구조는 개선되고 있다고 봐 온도차를 보였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국회 가계부채 현안보고에서 “최근 집단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기타대출 증가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증가했고, 분할상
[정의현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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