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채권단에 총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제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 내용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회생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지 결정만 남은 셈이다. 채권단은 다음달 4일까지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살핀 뒤 한진해운과 국내 해운산업의 특수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회생 가능성을 따지게 된다.
26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자구안에는 대한항공을 통한 유상증자와 그룹 차원의 지원, 포괄적 범위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고통분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진 2013년 이후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이어왔다. 한진그룹은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알짜 자산’이었던 에쓰오일 지분 28.41%를 전량 매각했으며,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하고 남은 9000억원 중 대부분을 한진해운을 살리는데 쏟아 부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상증자로 4000억원, 영구채로 2200억원, 교환사채 TRS 보증으로 2000억원 등 총 8259억원을 지원했다. 주식회사 한진은 신항만 지분과 평택터미널 지분인수를 비롯해 아시아 역내 노선 영업권,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인수 등으로 2351억원을 내놨다. 한진칼의 경우 한진해운의 미국, EU, 아시아 등의 상표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총 1857억원을 지원했다.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이번의 추가적인 자구안 계획에 따라 한진해운이 확보하게 된 유동성의 총액은 2조7000억원 이상이다. 그 중 1조7000억원은 한진그룹으로부터 지원된다.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이 사실상 부실의 늪으로 빠져버린 지난 2014년 구원투수 역할로 경영에 참여했다. 책임론과 함께 이번 자구안 전까지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할 정도로 그동안 헌신했다는 평가가 양립한다.
현재 한진그룹의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 그룹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올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100%를 넘었다. 게다가 한진해운 지분가치 조정에 따른 평가손실, 영구채권 회수가능가액 하락에 따른 손실 등 올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외 손실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3000억원이 넘는 잔여 손실의 위험도 남아 있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독자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 자체 재무부담 확대가 지속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용도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8월에는 경제개혁연대가 ‘한진해운 구조조정 진행상황과 문제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미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한 상태이며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지분법 손실위험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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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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