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한일 간 통화 스와프 논의가 재개된 가운데 우리측이 최소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일본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은 최소한 100억 달러 이상의 한일 통화스와프를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일본과 실무자 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앞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한국 정부는 양국간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며 그 일환으로 양국간 동일한 금액의 양자 통화스왑 협정을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잠정적으로 밝힌 ‘100억 달러’는 지난해 2월 한일 통화 스와프가 중단될 당시 잔액이랑 똑같은 수치다. 다시 양국 간 통화 스와프를 재개하는 만큼 상징성이 큰 숫자를 정부가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부안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중국, 호주 등 다른 국가와의 총 통화 스와프 규모는 13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번 양국 간 통화 스와프 체결 추진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및 달러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 불확실성에 대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시기 적절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화 스와프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한일 경제관계를 개선시켜 양국 간 무역 및 투자를 보다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시기과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일본 측과의 협상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아직 정확한 규모를 확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 외교분야에서 위안부 협상을 마치고 경제 분야에서 통화 스와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한일 간 ‘신 밀월 관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에 ‘해빙기’가 도래할 지 주목된다.
실제로 이번 한일 통화 스와프 논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바로 ‘균형 통화스왑’이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월 종료된 통화스왑 당시 우리는 100억 달러를 수취할 수 있었으나 일본 측은 50억 달러만 수취할 수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더 받고 덜 주는’ 불균형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통화스왑은 처음부터 양국이 동일한 금액을 주고받는 ‘균형’ 형태로 나아가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전에 맺은 통화스왑은 한국이 일본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구조가 짜여져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규모가 동일한 통화스왑을 맺으면 그만큼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입장에서 이번 통화 스왑이 딱히 실효성이 없는데도 우리 측의 요청을 들어준 점도 주목된다.
일본은 현재 미국과 무제한에 가까운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엔화를 무한정 찍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도 무한정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굳이 원화와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실익이 없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에 투자된 막대한 엔화에 비해 이번 통화 스와프 규모는 턱없이 작다”며 “국제통화인 엔화 입장에서는 그리 의의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통화 스와프 내 ‘무역대체거래’가 포함되는 지 여부가 중요할 듯 보인다. 기본적으로 통화 스와프는 외화부족 등 위기시에만 발동하지만 무역대체거래는 일시
[조시영 기자 /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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