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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매경DB> |
이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직할 조직인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자금관리는 물론 계열사의 경영관련 주요 사안을 챙기는 중책을 맡아왔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그의 빈자리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때문에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수뇌부 공백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원 인사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조직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9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해 위기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그룹을 관리해야 할 컨트롤타워를 잃어버린 셈”이라며 “‘포스트 이인원’을 찾기 위한 신동빈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롯데 수뇌부는 조만간 이회장 후임을 정하고 그룹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조직 정비와 함께 인사를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정책본부는 2004년 10월 그룹 경영관리본부를 확대 개편하면서 처음 신설됐다. 7개 실로 운영되며 오너 일가의 지시를 직접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첫 정책본부장을 맡은 사람은 지금의 신동빈 회장이다. 이후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이인원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그룹 내에서 정책본부장의 위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포스트 이인원’에 대해 롯데그룹 내외부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일단 그룹 내에서는 이 부회장과 함께 핵심 3인방으로 꼽혔던 소진세 사장(커뮤니케이션실 대외협력단장)과 황각규 사장(운영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둘다 현재 정책본부 소속이라는 점에서 그룹 전체 업무파악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있다. 그 중에서도 황각규 사장에 좀더 무게 중심이 실린다는게 롯데그룹 내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운영실장으로 롯데그룹 90여개 계열사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데다 신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황 사장은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었다.
그렇지만 돌발변수도 많다. 황 사장과 소 사장은 현재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신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황 사장과 소 사장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의 자리를 대체할만한 뚜렷한 후보군이 없다는게 롯데그룹 안팎의 인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책본부를 큰 탈 없이 이끌었던 이 부회장은 꼼꼼한 관리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것은 물론 오너 일가의 확고한 신뢰까지 받았다”며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다시 메꿀 수 있는 인물이 내부에 많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역임했던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와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도 후보군 중 한명으로 분류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졌을때 계열사 대표들을 모아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 덕망이 높은데다 추진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돼있는 상태인 만큼 전면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부회장 자리에 외부의 명망있는 인사를 영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내부 인사 대신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인사를 수혈하자는 것이다.
특히 롯데는 산적한 현안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불리는 검찰 수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완공과 특허를 빼앗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부활 등의 숙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장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놔두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이때문에 롯데그룹 내에서는 매년 12월에 단행하던 임원 정기인사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룹 수뇌부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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