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1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2014년부터 지리하게 이어진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롯데회장이 더욱 우세하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이날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사단법인 선이 선임됐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2010~2013년 분당서울대학병원 진료 당시 인식 능력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고 2010년부터 아리셉트, 에이페질 같은 치매 관련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점 등이 이번 결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성견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할 경우 법률 지원을 하는 것으로, 법원은 본인이나 친족 등의 청구에 따라 의사의 감정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한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에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앞으로 법률 행위 등에서 후견인의 일정 관리를 받게 된다. 법원은 신 회장의 건강상 장애가 아주 무겁지는 않다고 판단해 성년 후견보다는 후견 범위가 좁은 한정후견을 결정했다.
그러나 재계는 사실상 법원이 신 총괄회장이 독립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고 신 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세가 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한 뒤 신 전 부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 대표 직과 최대주주 자리를 뺏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의 광윤사 대표 선임과 지분 획득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논란이 있는 만큼 효력이 없다’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적 문제를 인정한 만큼 일본 법원에서도 이를 고려해 신 회장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게됐다.
이 외에도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과 계열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에 대해서도 효력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법원의 성년후견 결정에 즉각 항고 의사를 밝힌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항고 기간동안에는 선년후견인 개시 효력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앞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은 유서를 통해 “지난해까지 모든 결정을 신 총괄회장이 했다”고 주장했지만, 신 총괄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인정받은 만큼 수사를
업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만큼 검찰 기소 자체가 회의적이긴 하지만 조사를 받더라도 답변에 대한 증거 채택이 어느정도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건강문제를 감안해 선고유예나 감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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