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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측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의 분할 방안, 현금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정책 강화, 분할된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가치 증진계획 제안서를 삼성전자 측에 전달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로 여러 차례 언급된 내용이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오너가와 삼성그룹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총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최대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인데 이 부회장의 지분은 0.59%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을 50% 이상이기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율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이 부회장이 사재로 주식을 매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당 160만원으로 가정해 1%의 지분만 확보하려해도 2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이 부회장 지분율 17.08%)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밟게 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율을 40%대까지 올릴 수 있다. 또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홀딩스의 보유 지분율도 30% 수준으로 맞춰 수직적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엘리엇 측이 삼성전자에 전달한 주주가치 증진계획 제안서도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를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리→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 간 지분 스와프·공개매수 통해 지주 설립→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금산 분리를 위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엘리엇은 삼성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들었던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전환 명분을 세워준 격”이라면서 “삼성이 아닌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이슈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등 명분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하며 삼성과 맞선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주주가치 증진계획 제안서는 지난해 사건과 무관하게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모두 챙기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재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지분가치 1조4000억원)다.
우선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증폭에 따른 주가 상승만으로도 득을 볼 수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170만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장중 전일 대비 6.58% 오른 16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엘리엇은 이외에도 자본 효율성 증대를 위해 현금배당 30조원(주당 24만5000원)을 요구하면서, 향후 발생하는 사업회사 미래 현금 흐름(FCF)의 75%까지 주주환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애플과 퀄컴의 FCF 대비 주주환원율이 각각 80%, 75%라는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투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을 예상했기에 걸림돌이 되기보다 결국 삼성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규모, 정책, 스케줄의 문제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기존 전망처럼 삼성전자는 점차 주주환원
삼성 측은 인적분할 방안은 물론, 주주환원정책 등 여러 사안이 얽혀있고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는만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꺼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주주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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