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내놓으면서 주요 근거로 ‘올해보다 수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전망을 발표한 후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년 수출이 어려운 것은 주로 원자재 상품 가격하락으로 신흥국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최근 유가가 반등하고 다른 자원가격도 오르는데 따라 자원 수출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이 같은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은 94억6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8.2% 줄었다. 수출액은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감소하다가 8월 들어 2.6% 반짝 증가세로 돌아선 뒤 다시 하락 반전한 상태다.
성장률 방어의 주요 전제 조건인 신흥국의 투자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은 최근 “2015년 신흥국의 투자 증가율이 2%를 기록하며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 수준(2.5%)을 밑돌았다”면서 “선진국 경기회복이 미약한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원자재 수출국의 투자회복도 쉽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투자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2.8%는 분기별로 수출증가율이 0.69%포인트씩 증가할 때나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증권가 분석도 나왔다. 17일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2.8% 성장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수출증가율이 매 분기 0.69%포인트씩 빠르게 증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분기별 전분기 대비 수출증가율 상승폭은 연간 평균 2015년 0.37%포인트 올해 상반기는 -0.17%포인트에 머물렀다. 전기 대비 수출증가율 상승폭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나와야 달성가능한 성장률인 셈이다. 한은은 올해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1%에 그치지만 내년 상반기 3%, 하반기 2%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이와 함께 “내년 1분기까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 여파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한은이 제시한 수출 전망치에서 최대 3조원 가량의 오차가 발생한다”며 “이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5~0.2%포인트 낮추는 요인”
지난해 한국 수출액 593조원 중 삼성전자 IT모바일 비중은 8.6%에 달한다.이 연구원은 “이는 휴대폰 수출감소 영향만 반영한 것으로 1~3차 협력업체의 매출감소, 재고비용증가, 고용감소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더 큰 성장 제약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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