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업종 내 기업의 원활한 사업재편을 돕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본궤도에 올랐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철강과 조선기자재 업종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이 처음 승인되면서 업계 전반에 자발적인 구조조정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 업종에 국한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신청 업종도 섬유와 태양광셀 등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제3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열고 하이스틸(철강) 리진(조선기자재) 보광(섬유) 신성솔라에너지(태양광셀) 등 4건의 사업재편계획을 추가로 승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달 첫번째로 승인된 한화케미칼, 유니드, 동양물산기업에 이어 기활법에 따른 사업재편계획 승인기업은 모두 6개 업종·7개 기업으로 늘어났다.
국내 6위 강관업체인 하이스틸은 지난 달 30일 정부가 ‘철강산업 경재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았다. 강관 분야 매출액이 1300억원으로, 국내 강관 생산의 약 6%를 차지한다. 강관은 철강업종 내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품목인데다 자원개발 침체로 심각한 공급 과잉이 우려돼 설비 통폐합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이스틸은 사업재편을 통해 전기용접강관(ERW)을 생산하던 인천2공장을 매각할 방침이다. 2개 생산라인 중 1개 라인은 매각, 나머지 1개 라인은 인천1공장으로 이전 설치한다. 또 신규 설비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를 통해 유망 분야인 소구경(10인치) 아크용접 특수강관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조선기자재 업종 내 첫 사업재편 승인 기업인 리진은 송정 공장의 건물과 땅을 매각하고, 송정 공장의 설비를 미음 공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리진은 미음 공장에 발전기자재 설비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재편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부채 상환과 손실 사업부문 조정을 통한 경영 정상화와 고부가가치 신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물업체인 보광은 자회사인 에코프론텍스를 합병하고, 설비를 매각한다. 이후 산업용 특수섬유 직물 제조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섬유업계에서는 보광의 사업재편으로 2160t 규모 가공사·편직물 생산설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 제품 제조 상장사인 신성솔라에너지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자회사 2곳을 합병하고, 수요가 풍부한 고부가가치 태양광셀 시장에 진출한다. 이와 함께 자회사가 했던 사업 부문 일부를 결합해 스마트 공장, 스마트그리드 구축 사업에 뛰어든다. 사업재편이 성공하면 국내 시장 공급 과잉 해소와 함께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재편계획 승인이 떨어진 7개 기업을 분석해 보면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2곳, 중견기업 3곳, 중소기업 3곳으로 고르게 분포됐다. 사업재편 유형은 영업용 자산 양수도가 4건, 인수합병(M&A)이 3건이었다.
사업재편 신청 기업들이 원샷법에 따라 지원을 요청한 사항은 △신사업 진출 R&D 지원(6건) △과세이연 등 세제 지원(4건) △스마트 공장 보급 등 혁신활동 지원(3건) △기업결합심사 기간 단축(2건) △상법상 절차간소화 특례(1건) 등 순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하이스틸은 이번 원샷법 승인으로 향후 ‘월드클래스 300’ 기업 신청시 가점을 받게 되고, 신성솔라에너지는 스마트 공장 구축 관련 가점 등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지난달 1차로 승인됐던 3개 기업은 딜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 원샷법 지원을 신청한 데 비해 이번 추가 승인 기업은 원샷법 시행 이후 사업재편 계획을 세워 신청 및 승인을 받았다”며 “원샷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 자율적인 사업재편이
한편 리진과 함께 원샷법 지원을 신청한 다른 1곳의 조선기자재 업체는 서류 보완을 거쳐 다음 심의위원회 때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기존 조선 기자재 대신 유통가공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사업재편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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