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한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낮춘 나라는 18개였고, 반대로 높인 나라는 6개였다.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데 올인한 결과다. 그나마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 위기에 직면해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더 걷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 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MB정부 시절 낮췄던 명목 법인세율을 오히려 더 높여 복지 확대에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임금 확대에 돈을 안쓰니 차라리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에 돌려주자는 논리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대상 비과세·감면을 줄여 사실상 증세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법인세 세수는 지난 2014년에는 4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법인세 체제 정비과 기업들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난해엔 45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또한 법인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사상 최대인 51조4000원이 걷힐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물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는데 기업들의 실질 부담은 그만큼 크게 늘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MB정부 들어 법인세 명목세율이 3%포인트 줄었지만 박근혜 정부 이후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를 없애는 등 계속적인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로 실효세율이 2%포인트 가량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이 지난 2008년 21.1%에서 2011년 17.5%로 낮아졌지만 2014년 18.7%, 2015년 19.2%로 다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3~4년 사이 최저한세율을 높이고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면서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세액이 약 4조 7000억원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 비과세·감면 정비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데 더해 기업들이 매출 대신 이익위주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을 한 결과, 올해 법인세수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세입전망 때만 해도 올해 법인세수는 46조원일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51조원이 넘는 법인세가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어 법인세율을 올릴 여지가 크다는 야당 주장이 맞지 않는 셈이다.
법인세율 인상이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 상황에서 오히려 저소득층 일자리를 뺏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약 1600조원에 달하는 기업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고용률이 약 0.4~0.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 계산해보면 약 17~4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인 ‘고용 충격’이 기업 영업이익이 줄어들수록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IMF는 기업 영업이익률이 10%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고용률이 약 0.1%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인세율이 올라가 기업활력이 떨어지면 그 부담은 결국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학계 연구에서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담을 100이라고 볼 때 이 가운데 근로자에게 약 30~35가 귀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 적자를 ‘세금을 더 걷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각종 세율을 낮추는)세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주장대로 세율을 낮춰 기업의 설비·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 세제 개혁 모범 국가로 스페인을 꼽을 수 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맞은 대표국가 가운데 하나였던 스페인은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돈으로 12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나랏빚이
[조시영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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