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1코노미, 컨슈머토피아, 영업의 시대, 경험 is 뭔들, 픽미세대, 각자도생의 시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53)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이끌 트렌드를 이렇게 꼽았다. 이달 초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에서 김 교수는 ‘CHICKEN RUN’라는 키워드로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를 예측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한국사회를 “퍼펙트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엔진이 고장 난 조각배에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분석하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탈출한 영화 ‘치킨런’의 주인공처럼 철조망 울타리에 갇힌 것 같이 정체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비상하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CHICKEN RUN’의 의미를 설명했다.
불황의 거센 파고가 소비 트렌드에 끼칠 영향은 ‘욜로 라이프’와 ‘각자도생’이라는 두 키워드로 구체화 될 것이라 예측한다. ‘꽃보다 청춘’에서 류준열이 혼자 캠핑카를 끌고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한 여성을 대단하다고 칭찬했더니 그 여성은 ‘Yolo(you only live once)’라고 답했다. 지극히 현재지향적인 소비에 탐닉한다는 뜻을 담은 ‘욜로 라이프’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의 시대를 반영한다. 또 뽑혀야 살아남는 서바이벌 오디션에 익숙한 20대 젊은층을 이 책은 ‘픽미세대’로 명명하며 사회변화의 중심 세력으로서, 대선을 앞둔 2017년 가장 주목받는 연령층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각자도생하는 픽미세대는 결국 1인 가구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소비시장의 새로운 파워컨슈머로 떠올라 ‘1코노미’ 시대를 열 것이다. 1인 가구는 뭔가를 소유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울 뿐이고 소유보다는 공유, 경험을 더 중시한다. 왠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포켓몬GO 게임을 위해 걸어다닌 걸음이 1440억 걸음으로 집계 됐다. 이같은 자발적 경험을 구매하는 트렌드를 김 교수는 ‘경험 is 뭔들’ 키워드로 소개한다.
소유에 구속되지 않으려는 트렌드는 미니멀리즘과 반(反)물질주의로 나타난다.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키워드는 바로 이 역설적이고 이중적인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또한 소비자는 최첨단 기술에 무조건 열광하지 않는다. ‘캄테크’는 사물인터넷으로 최적화된 스마트팜, 일상을 기록하는 초소형 웨어러블 카메라 ‘내러티브 클립2’처럼 소비자를 배려하되 드러내지지 않는 기술을 설명하는 용어다.
김 교수는 구매가 한 번의 클릭으로 이 첨단기술 시대에 오히려 면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내다본다. ‘영업의 시대가 온다’는 키워드는 보다 과학화되고 체계화된 새로운 영업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대표적 예가 젊은층 사이에서 야구르트 아줌마를 찾아주는 앱의 이용이 늘어나고 SNS 인증샷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프리미엄 B+’는 전년도 키워드인 ‘가성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전략이다. 모나미가 5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153볼펜이 2만원의 가격에도 품절된
이밖에도 김 교수는 올 한해를 풍미한 10대 트렌드상품으로는 ‘간편식, 노케미족, 메신저 캐릭터, 부산행, 아재, O2O앱, 저가음료, 태양의 후예, OO페이, 힙합’을 선정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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