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국채 시장 요동…선진국 국채 금리 '브렉시트' 투표 이후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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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달러 가치는 오르지만, 글로벌 국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4일(이하 현지시간) 2.301%를 찍어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장중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었습니다.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금리는 올라갑니다.
15일 오후에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2개월 만에 마이너스에서 벗어났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 금리는 올여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이후 역대 최저로 추락했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7월 초 사상 최저인 1.366%를 찍었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월에 역대 최저인 -0.3%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업과 물가 지표의 호조로 국채 금리는 다시 반등세를 탔습니다. 그러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선거 직전에만 해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 아래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미국 대선 이후 잃은 돈은 1조5천억달러(약 1천755조원)에 이릅니다. 회사채와 국채를 포함한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멀티버스 지수 안에 있는 채권의 가치가 그만큼 감소했습니다.
웰스파고펀드매니지먼트의 마지 파텔은 "트럼프 당선으로 생각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았다. 35년간의 금리 하락이 끝날 가능성이 열렸다"고 FT에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는 인프라 지출과 세금 감면, 은행 규제 완화를 옹호하며 일자리 늘리기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해 경제를 떠받칠 것이라는 전망에 안전자산 수요는 줄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주식과 원자재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자 트레이더들이 점친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11일 84%에서 14일에는 92%까지 올라갔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파는 대신 물가상승률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미국 물가연동채권(TIPS)을 찾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정해진 수익을 지속해서 조금씩 깎아 먹기 때문에 장기 국채에는 큰 위협입니다.
채권 투자자들은 더욱 떨게 하는 것은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하려면 일반적으로 자금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나게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국채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에 공급이 증가하면 국채 금리는 더 상승합니다.
헤지펀드 나인알파캐피털의 공동창업자 제이슨 에번스는 "채권시장에 새로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국채 시장의 주도로 선진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긍정적 신호라고 말합니다.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오랜 저성장과 저물가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점을 이들은 인정합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장기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됩니다. 미국의 주택 모기지 금리도 국채 금리 상승세에 덩달아 치솟고 있습니다. CNBC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4%를 넘었다고 이날 전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외국 정부와 기업의 비용도 늘어납니다. 게다가 미국 달러의 매력도 높아지므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리스크가 생기며 신흥시장 채권과 통화의 하락세를 일으킵니다.
국채 금리의 대폭 상승은 중앙은행의 정책 전망도 복잡하게 합니다.
채권에서 손을 떼는 것은 수익률이 낮은 자산을 처분하고 트럼프의 정책으로 혜택을 볼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의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FT는 지적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약속한 정책을 실행하는 데 실패하면 성장과 고물가에 대한 기대감도 가라앉고 채권 금리도 낮아질 것이라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말합니다.
채권시장은 2013년 여름 연방준비제도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 당시 10년물 금리는 1% 포인트 넘게 올라갔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말 3%를 살짝 넘었다가 다시 하락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채권 금리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HSBC의 글로벌 채권 리서치 대표인 스티브 메이저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년 1분기에 2.5%까지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내년 말에 1.35%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집권기에 미국이 장기적으로 물가와 실업률은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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