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남성환자, 대장암 3기로 항암 병행요법 필요, ㅇㅇ항암제를 추천합니다.”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IBM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5일 첫 진료를 시작했다. 61세 남성 대장암 3기 환자를 진료한 왓슨의 진단과 처방은 의료진이 예상한 의견과 100% 일치했다고 길병원은 밝혔다.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의 첫 환자는 복부 통증으로 대장내시경을 했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 남성 조태현 씨다. 슈퍼컴퓨터 왓슨에 환자의 나이와 몸무게, 전신상태, 수술여부, 기존 치료방법, 조직검사와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입력하는 데 5~7분이 걸렸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적합한 치료방법을 내놓는데는 5~10초가 걸렸다. 왓슨은 세 가지 색으로 결과를 표시했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으로 2가지(녹색 옵션), 의료진이 고려해 볼 만한 것으로 4가지(오렌지색 옵션), 하지 말아야 할 방법들을 6가지(빨간색 옵션)로 제안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왜 그 옵션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근거도 함께 제시했다.
조 씨의 주치의인 백정흠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기획실장(외과)과 다학제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왓슨의 의견을 참고해 조 씨에게 항암요법과 적합한 항암제를 제안했다. 백 교수는 “의료진과 왓슨 모두 혹시 모를 잔여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의견이 일치했다”며 “왓슨이 제안한 결과로 가장 점수가 높았던 것은 약물 치료 중 FOLFOX(폴폭스·일반항암제) 혹은 CapeOX(케이폭스·일반항암제) 약물요법이었는데, 이 역시 의료진 생각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지난달 9일 개인병원에서 대장내시경조직 검사 및 복부단층촬영 후, 닷새 뒤인 14일 가천대 길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3차원(3D)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수술 6일째 퇴원했다. 하지만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했고, 이에 왓슨 암센터를 방문했다. 조씨 같은 대장암 3B기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은 69~75%로, 재발이나 전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학제 진료를 받은 조 씨는 “인공지능 왓슨에 대한 정보는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며 “주치의가 왓슨의 제안 등을 참고했다는 다학제 진료를 받으니, 치료 방침에 더 신뢰가 가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길병원 본관 1층에 들어선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는 슈퍼컴퓨터와 여러 과의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보는 다학제 진료를 기본으로 한다. 왓슨을 기반으로 총 8개 진료과 30여 명의 전문의와 왓슨 전문 코디네이터가 함께 진료한다. 병리과·내과·핵의학과·영상의학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혈액종양내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협진할 예정이다. 센터는 왓슨 전용 라운지, 왓슨 전용 다학제 진료실, 코디네이터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 교수는 “교수들이 일일히 기억하기 힘든 세부 데이터를 소수점까지 제시하고, 관련 논문의 원본까지 바로 볼 수 있도록 링크되어 있다”며 “왓슨의 최적화된 제안과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의 다학제 진료, 전문 코디네이터의 의견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믿을 수 있는 진료를 받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 단장(신경외과)은 “왓슨이 의사의 능력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해주는지 모른다”며 “걸어서, 뛰어서 가던 길을 자동차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왓슨 암센터 비용은 내년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여부에 따라 추가 진료비가 책정될 예정이다.
한편 왓슨은 2012년 미국의 저명한 병원인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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