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삼성 미래전략실은 고 이병철 회장이 1959년 만든 비서실에서 비롯됐다. 설립 초기에는 총수를 보좌하는 비서실 본연의 기능만 갖고 있었다.
1970년대 들어 삼성그룹의 사세가 커지자 비서실은 계열사들간 관계를 원만히 조율하는 업무까지 맡게 된다. 계속 몸집을 불린 비서실은 1990년대 외환위기 직전에는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와 감사 등까지 행사하는 조직으로 진화했다.
비서실 체제는 약 39년간 유지되다가 1998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됐다. 이 때부터 그룹 회장의 지시를 계열사에 전달하는 명실상부한 핵심조직으로 거듭난다. 구조조정본부는 그룹 전체의 성장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를 일구어내는데 공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꾼 뒤부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전략기획실이 계열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열사 사장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잘못된 지시로 인한 계열사 손실을 전략기획실이 책임지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삼성 그룹에 몸담았던 한 사립대 교수는 “인사권·감사권을 한 손에 쥔 전략기획실장은 그룹 내 ‘만인지상 일인지하’ 격인 두려운 존재였다”며 “전략기획실 보고시 받은 긴장감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은 임원도 있었다” 말했다.
결국 전략기획실은 2008년 이뤄진 삼성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각종 행위를 지시한 몸통으로 지목돼 그해 7월 폐지된다.
이후 삼성 그룹은 신경영을 선포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변모를 꾀했지만 2년4개월만인 2010년 11월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의 회장 직속 업무 총괄 조직을 다시 조직하기에 이른다. ‘전략기획실의 부활아니냐’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이유는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가 사실상 실패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미래전략실은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계열사 위에 군림하는 대신 그룹의 장기 경영비전 설정, 계열사 간 중복사업 방지, 대규모 투자와 사업구조 조정, 인사관리 등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부회장급 실장 아래 사장급 차장이 신설되고 임원 여러명이 팀장급으로 임명되는 등 다시금 조직이 비대해질 조짐을 보였고 결국 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맞아 6년만에 다시금
다만 전문가들은 미래전략실의 순기능에 대한 공정한 평가 역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삼성그룹처럼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에는 계열사간 이해 관계를 정리해주고 방대한 경영정보를 취합해 핵심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