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안이 2년여의 산고 끝에 나왔다. 핵심은 3단계 개편을 통해 사실상의 조세저항을 줄이면서 건보료에 대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 부담은 줄이고,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가입자나 무임승차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마련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의 성패는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에 달렸다. 하지만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에 대한 평가소득을 축소하고, 최저보험료를 도입하다보니 재정 손실은 불가피하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은 63~79%에 머물고 있다. 100만원을 지역가입자가 번다고 했을 때 신고하는 소득은 최대 8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근로소득이 100% 투명하게 파악되는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과세자료가 없는 경우가 절반이고 과세자료가 있는 나머지 50%도 연간 소득이 500만원 이하이다. 더욱이 전통시장, 목욕탕처럼 현금거래 비중이 높고 영세사업자에 대한 간이과세제도 적용을 받는 가입자 비중이 높아 제대로 된 소득파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1단계는 연간 9089억원, 2단계 1조8407억원, 3단계 2조3108억원의 재정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는 일단은 건보 누적적립금으로 일부를 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3단계로 추진하는 개편안 자체가 재정 부담 등에 대한 문제점을 가리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생각대로 개편안을 3년 주기 3단계로 추진하면 차차기 정권까지 개편 작업이 이어진다"며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조원을 돌파한 건강보험 누적흑자에 기대기에는 돈 쓸 '구멍'이 너무 크다. 현재는 흑자 상황이라 하더라도 최근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 급속한 고령화와 급증하는 만성질환 등을 고려하면 20조원이라는 숫자는 보기와는 달리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회 혼란을 막으려고 3단계로 추진하지만 막상 재정을 어떻게 메울지 대책이 빠졌다"면서 "각 단계마다 개편하면서 혼란이 벌어질텐데 재정 대책도 면밀히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 불만을 고려해 보험료 부담을 늘리지 않는 쪽으로 개편안을 설계하는데 치중하다보니 결국은 누군가는 부담해야 할 재정 소요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보험료 부담을 늘려서라도 재정 중립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마이너스'인 건보재정은 결국 국민 누군가의 부담인 만큼 보험료가 늘어나는 일부 가입자의 불만이 있더라도 한 번에 재정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의식해 복지부도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재정누수를 방지해 재정 효율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복지부, 기획재정부, 국세청을 비롯해 관계부처들이 참여하는 '소득 중심 건보
그러나 정부 부처 관계자는 "당장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일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다"며 "과세당국을 포함한 부처간 협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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