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의 영향을 채우고도 넘치는 규모다.
전 제품이 고르게 가격이 오르는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부문은 2015년 3분기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3년동안 스마트폰 등의 세트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부품 사업의 연구개발(R&D)과 설비에 투자했던 노력이 어려울때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이익률을 극대화시킨다면 차기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이 나오더라도 당분간 반도체는 버팀목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은 고성능·고용량 제품 공급 확대로 매출 14조 8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 95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33%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률 17%의 두배에 육박할 정도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2015년 3분기 3조6600억원을 1조원 이상 넘어선 수치로 반도체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쓸어담았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고용량 48단 V낸드가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SSD에 대량 공급됐고, D램은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공급이 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또다른 깜짝 실적은 부품 사업의 다른 한축인 디스플레이 부문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조3400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치다.
부품 분야의 어닝서프라이즈에는 환율 효과가 한몫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만큼 환율효과까지 덤으로 누렸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면 부품 수출 등에서 영업이익을 크게 늘릴수 있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원화값이 달러당 100원 내리면 분기 이익이 최대 8000억원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원화가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3000억원 수준의 긍정적인 환율 영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사업부는 갤럭시노트7 단종의 악몽 속에서도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나름대로 잘 버텼다. 갤럭시 S7·S7 엣지 등이 충격을 흡수했고, 태블릿의 판매도 연말을 맞아 호조를 보였다. 갤럭시J 등 중저가 제품들이 인도 등에서 판매 증가를 보이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이로써 지난해 동기 대비 보다 오히려 개선된 2조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
아쉬운 것은 CE부문의 실적이다. 패널 가격 상승으로 인해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V의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데다 미국 세탁기 리콜 비용이 일부 반영됐다. B2B 가전 전문 기업인 데이코를 인수한 이후 미국공장 투자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3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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