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서) 숙제를 많이 내주셔서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철강부문은 상당히 수익성이 확보되지만 비철강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찾아보겠습니다."
25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연임이 확정된 권오준 회장은 첫 일성으로 비철강부문 수익성 강화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연임이 확정된 직후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비철강계열사에서 강도높은 개혁 작업을 벌일 것임을 시사했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비철강 계열사로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 포스코에너지 등이 있다. 이 중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개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3년 더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에 앞서 열린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연임 도전을 선언한 권 회장에 대한 자격심사를 진행했으며 만장일치로 연임을 결정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후추위에서는 권 회장 연임 찬성을 의결하면서 비철강사업 분야 개혁방안을 비롯해 후계자 육성 및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 방안 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권 회장은 "차기 임기 중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설 연휴 이후 권 회장은 계열사 사장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등 3월 주주총회 전에 조직 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비철강 부문 개혁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날 "오늘 후추위로부터 권 회장이 차기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검토 결과를 보고 받았다"며 "권 회장을 임기 3년의 회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심사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후추위는 이사회 전날인 24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권 회장 연임 자격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의 수사 칼끝이 최근 권 회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 23일 포스코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낸 김응규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지난 2014년 초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최 씨를 비롯해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10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권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다.
이명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후추위에서도 최근 불거진 의혹 등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봤다"며 "법무법인의 법률검토도 거쳐 의혹들이 권 회장 연임의 결격사유는 되지 않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사외이사 전원이 포스코의 중장기 성장 발전을 위해 권 회장 연임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내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만큼 권 회장이나 포스코로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 회장 연임은 무엇보다 양호한 실적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이날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3조835억원, 영업이익 2조8443억원, 당기순이익 1조4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58조1923억원을 기록했던 2015년에 비해 8.8% 감소했지만 이는 방만하게 늘어났던 계열사를 정리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영업이익은 2조41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8.0% 증가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영업이익률은 10.8%를 기록해 지난 2011년 이후 5년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포스코는 권 회장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순차입금을 7조 1000억원 줄임으로써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74.0%로 낮췄다. 특히 포스코 별도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54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결기준 투자비도 지난해 보다 1조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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