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첫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불똥이 본격적으로 국내 산업계에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7일 한국에서 수입된 가소제(DOTP) 반덤핑 조사를 벌인 결과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애경화학이 판매한 가소제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 상무부는 LG·애경화학이 미국에서 공정가격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팔아 덤핑을 한 것으로 보고 각각 5.75%, 3.96% 예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또 상무부는 앞으로 한국에서 DOTP를 수출하는 모든 업체에 4.47%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통상 미 상무부는 예비 관세부과 결정 이후 75~135일내 최종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예비 부과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해당 업체는 관세율에 해당하는 현금을 즉각 미국 당국에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DOTP는 고온에서 플라스틱을 만들 때 성형하기 쉽도록 집어넣는 화학물질이다. 국내에서는 LG·애경화학, 한화케미칼 등이 주력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2만5800t, 3122만달러 어치 DOTP를 미국에 수출해 현지 수입시장 점유율 1위(55.9%·2015년 기준)에 올랐다.
이에 미국 내 유일한 DOTP 제조업체인 이스트맨 케미칼이 지난해 6월 한국 업체를 정조준해 미 정부에 23.7~47.86% 반덤핑 마진을 부과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에 미 정부가 자국 업체 손을 들어줬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에도 도금강판, 열연강판 등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서도 잇따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견제구를 날렸다. KOTRA 관계자는 "미국이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견제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조속히 대응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G2(미국·중국)발 무역전쟁에 한국에 '유탄'이 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감도 크다. 미국은 지난 23일 중국산 트럭·버스 타이어에 8~22% 반덤핑 관세를 매겨 대(對) 중국 무역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반덤핑관세 규제(조사 중
재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이 수입규제 장벽을 높이면 한국 기업도 덩달아 피해를 가능성이 높다"며 "보호주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한국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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