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신발공장을 운영했던 J사는 최근 오피스텔 사무실 하나만 달랑 남은 유령업체로 전락했다. 한때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업체로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곳이지만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생산공장을 잃은 때문이다. 브랜드 신발업체가 계약을 해지한 건 불보듯 뻔했다. 중소기업청 등이 베트남·미얀마 등 대체생산공장 입지를 추천했지만, 이미 납품업체 신뢰를 잃고 공급선이 끊긴 마당에 수십억을 투자해 공장을 세우긴 무리였다. 결국 J사는 수십명 직원을 모두 정리해고 했고, 최근엔 소형 오피스텔로 사무실을 옮겨 명패만 남겨둔 채 영업을 중단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조치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J사처럼 폐업 위기에 몰린 업체가 10여 곳에 달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사 125개를 모두 살리겠다고 했지만 10곳 넘는 업체가 영업이 정지된 유령업체로 전락해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제대로된 지원책은 물론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사는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의류·패션 등 OEM업체다. 매출처를 잃는 순간 공장 복원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개성공단입주기업들 계산으론 투자·유동자산 등 피해액이 지난 1년간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 피해보상액은 그 3분의 1인 500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선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체생산지를 확보해 입주기업 모두를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실적은 미미하다. 개성공단 수준의 임금이나 생산조건을 갖출 수 있는 대체부지는 베트남·미얀마 등이지만 지난 1년간 공장이전을 결정하고 실제 추진하는 곳은 125개사 중 5곳 안팎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입주피해 중소기업들은 2005년 개성공단 가동이후 2009년·2013년 일시중단에 이어 지난해 폐쇄까지 겪으면서 다시는 입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그룹에서는 장기적으로 북한개방과 핵문제해결을 위해서라도 재가동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
[진영태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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