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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래드 서울 호텔의 텐지(10G) 아메리카노(4500원)와 파니니(8000원). |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콘래드 서울 호텔은 작년 3월 4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텐지(10G)'를 런칭한 지 1년간 식음료 관련 매출이 20%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만9000원짜리 도시락인 뷔페 제스트의 '익스프레스 런치 세트'를 출시한 이유도 저가 정책의 일환이다. 콘래드 서울 호텔 관계자는 "호텔 커피숍과 동일한 원두, 뷔페 제스트의 7만5000원짜리 메뉴(평일 점심 기준)와 동일한 음식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1만9000원)에 판매하니 되려 매출이 늘어났다"며 "5성급 특급호텔의 서비스를 향유하면서 가격 부담을 줄이려는 호텔 소비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호텔에서 런칭한 유명 햄버거를 인근 5㎞ 반경까지 배달해주는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도 장벽을 낮춘 사례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이 직영하는 BLT 스테이크의 'BLT 프리미엄 버거'는 프렌치 프라이, 셰이크까지 포함된 세트 가격이 2만원. 감자로 반죽한 홈 메이드 번에 미국산 블랙 앵거스 비프를 패티로 사용한다는 호텔 프리미엄식 식사를 그대로 구현했다. 이 때문인지 BLT 프리미엄 버거 세트는 일평균 20~30개씩, 매월 800~1000여개씩 팔려나가는 중이다. JW 메리어트는 아예 음식 배달대행업체인 '푸드플라이'와 어플 활용 계약을 맺었다. JW 메리어트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맛과 서비스를 즐기려는 직장인이 호텔가에 늘어나고 있다"며 "뉴욕식 유명 버거를 단품 1만원, 세트 2만원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이 매출 증대의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부정청탁방지법 시행 직후인 10월부터 1~2만원대 호텔식 도시락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은 지난달까지 7730개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 평균 2000여개에 달하는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중이다. 석쇠불고기 도시락(1만원), 치킨스테이크 도시락(1만5000원), 안심·새우구이 도시락(2만9000원) 등 1~2만원대로 가격을 낮춘 저가 정책이 주효했다. 세종호텔 관계자는 "세종호텔 총주방장 박효남 전무가 총괄하는 저가 도시락이다 보니 호텔식 식사라는 메리트가 높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무료 배달 서비스까지 겹치면서 세종호텔 내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1층 로비에 위치한 '그랜드 델리'에서 '프레시 모닝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이용이 가능해 출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했다. 어니언 베이글, 데니쉬, 아몬드 크로와상 등 패스츄리 중 1개와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 커피 한 잔의 가격은 6000원으로,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 26년 경력의 박정훈 파티시에가 총괄한다.
특급호텔들이 몸을 낮추는 배경에는 불황이 소비의 시대정신을 '가성비'로 바꿔냈다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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