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상승 바람을 타고 휘발유값이 ℓ당 1500원 이상으로 올랐다. 이에 정부는 석유제품 판매 현장에 대한 점검과 알뜰주유소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름값을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이 기름값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석유제품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17.18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낸 기름값 중 정부는 899.81원, 정유사는 518.41원, 석유유통업체·주유소는 98.96원을 각각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관세 빼고도 기름값의 58.6%가 세금…유사석유 부추겨
전체 기름값의 58.6%를 차지하는 세금은 ℓ당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수입부과금 16원과 공급대가(부가가치세를 뺀 제품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휘발유 제조 원가가 오르면 그에 비례해 부가세는 더 늘어난다. 또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 출고가 518.41원에도 원유 수입 대금의 3%인 관세가 숨어 있다.
업계는 이처럼 높은 세율이 유사석유 제조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사석유는 휘발유나 등유에 벤젠 등을 섞어 제조한다"며 "기름만 만드는 제조원가는 휘발유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세금을 탈루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에너지 관련 세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차 에너지원인 석유에는 높은 세율이, 2차 에너지원인 전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각각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보다 전기에 부과되는 세금이 싸기 때문에 난방을 전기로 하는 에너지 왜곡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 정유업계, 수입업자 수익 못 낼 정도로 추가 마진 붙여
정유사가 세금을 빼고 기름값으로만 받는 ℓ당 518.41원은 2주의 시차를 두고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 현물거래 가격에 연동된다. 지난달 16~20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휘발유(옥탄가 92)의 현물가격은 488.21원이다. 이 현물가격에는 정유사들의 이익이 포함돼 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싱가포르 현물가격에서 국제유가와 운송·운영 비용을 뺀 값이다.
원유 정제설비의 운영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국내 정유사들이 마진이 포함된 국제 현물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국내에서 받는 이유는 과점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싱가포르 현물 가격에서 추가로 취하는 가격은 해외에서 국내로 석유제품을 들여오는 운송비와 부대비용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서 정유사와 경쟁할 사업자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마진을 붙인다는 뜻이다.
◆ 적정 수준보다 5000개 이상 많은 주유소…폐업도 어려워
지난달 넷째주 기준 정유업체의 평균 보통휘발유 출고가 1408.85원을 빼면 석유유통업체와 주유소는 98.96원을 나눠 가져간다. 석유유통업체의 마진과 주유소의 임대료?인건비 등을 빼면 실제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라는 게 주유소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한 이유는 경쟁자가 많아서다. 석유유통업계는 국내 적정 주유소 수를 7000개 수준으로 보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국
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유소가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흘린 기름으로 오염된 토양을 약 2억원을 들여 깨끗하게 만든 뒤에야 폐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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