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진해운에 '사망선고'를 내리면서 국내 수출업계는 현대상선의 부활이 절실해졌다. 한진해운 몰락의 여파로 부산항까지 무너지면 수출화물 운임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2%p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17일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2주간의 항고기간 동안 적법한 항고가 제기되지 않아 최종 파산 선고를 내리게 됐다. 법원은 김진한 변호사를 파산 관재인으로 선임해 조만간 본격적인 파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한때 세계 7위까지 올랐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서 당장 우리 수출업계는 운송비 상승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진해운이 버티고 있을 때는 부산항이 동아시아의 모항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부산항이 그 지위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항은 작은 배로 주변 항구의 컨테이너를 모아 원양 컨테이너선에 싣는 거점항만을 말한다.
부산항이 모항 지위를 잃으면 이전까지 수출화물을 부산항에서 바로 원양 컨테이너선에 선적했던 수출업체들은 새로운 모항으로 화물을 보내는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럽노선은 중국 상하이가, 미주노선은 일본 도쿄가 각각 동아시아 해역의 모항 역할을 가져갈 수 있다"며 "컨테이너 1개당 상하이와 도쿄로 보내는 운송비는 각각 300달러와 700달러"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1개당 물품가액이 3만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기업의 영업이익률이 1~2%p 낮아질 수 있다.
부산항과 수출업계는 현대상선만 쳐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정부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불가 결정을 내릴 때부터 현대상선을 한진해운을 대신할 국적선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오는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화주들을 상대로 화물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달 출범한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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