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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쓰리엘랩스 대표가 스마트방석 '싯로거'를 소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쓰리엘랩스 본사에서 만난 이진욱 쓰리엘랩스(3LLabs) 대표는 기자를 스마트방석에 앉히더니 방석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앉은 자세를 바로 분석해보였다. 그는 "컴퓨터로 장시간 작업을 하다보니 마우스를 사용하는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면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스마트방석 '싯로거(SeatLogger)'는 쓰리엘랩스가 개발한 제품이다. 방석에 초소형 컴퓨터, 압력센서, 진동모터, 블루투스 무선통신기능, 데이터 저장장치를 내장했다. 앉은 사람의 자세를 기록하고 판단해 피드백을 주는 기기다.
가로, 세로가 40㎝ 정도로 내부엔 10개의 디지털 압력센서가 고르게 분포돼있다. 사용자가 앉은 일주일치 기록을 저장할 수 있고 USB케이블로 연결해 충전 가능하다.
엉덩이를 의자 앞부분에 걸치고 몸을 한껏 뒤로 젖히거나 좌우 한쪽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있으면 곧바로 엉덩이에 진동이 가해진다. 다시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으면 진동이 멈춘다. 진동이 불편하다면 꺼놓을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사용법도 매우 간단해 스마트방석 위에 앉기만 하면 끝"이라며 "앉아 있으면 자세 데이터가 자동으로 수집돼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보고 싶다면 앱을 다운로드 받아 블루투스로 방석과 연결한 뒤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간단한 자동차 경주 게임도 할 수 있다. 방석 위에 앉아 몸을 전후좌우로 기울이면 움직임에 맞춰 경주용차가 달리는 방식으로 허리운동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2월 말부터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스마트방석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소비자가격을 15만원정도로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시 출시기념으로 30% 할인된 10만5천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그는 "장기적으론 가구회사와의 협업도 생각하고 있다"며 "적정한 수준의 사무용, 학생용 가구에 쓰리엘랩스의 스마트방석을 접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쓰리엘랩스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개발한 스마트깔창 '풋로거(FootLogger)'로 먼저 알려진 기업이다. 2014년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주최하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이 주관하는 '모바일창업코리아 2014-수퍼스타M'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5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선 '풋로거'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 50여개 중소기업이 CES에 도전장을 냈지만 혁신상은 쓰리엘랩스와 1㎝ 미만의 풀메탈 와이파이 공유기를 개발한 브로콜리에 돌아갔다.
'스마트'한 제품을 세상에 선보인 이 대표는 뜻밖에도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한 문과생이다. 대학 졸업 후 삼성SDS에서의 경험이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SDS 재직 당시 '소사장제도'라는 창업과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웨어러블, IoT(사물인터넷) 분야가 미래 먹거리라는 것을 절감했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사람의 족적을 기록할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가 깔창에 주목하게 됐다"며 "3년 간 사무실도 없이 깔창에 넣을 센서 연구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해외 대기업도 스마트깔창의 성공가능성을 내다보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 대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용품 다국적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반짝 성공 뒤 결국 모두 두손들고 나왔다"며 "마케팅 여력이 안되는 벤처기업인 쓰리엘랩스로선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성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길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물거품이 됐다"고 언급했다.
풋로거는 싯로거와 비슷한 원리다. 스마트깔창을 넣은 신발을 신고 걸으면 걸음걸이를 분석해 자세 교정에 도움을 준다. 앞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제품처럼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리거나 베터리를 교환·유선충전하는 방식과 달리 무선충전이 가능하다. 충전패드 위에 스마트깔창이 들어있는 신발을 올려두면 자동으로 배터리가 충전되면서 동시에 수집된 데이터를 컴퓨터로 전송해준다. 이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척추질환, 파킨슨병 등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걸음걸이가 변하는데 스마트깔창을 통해 변화
이 대표는 "스마트깔창을 먼저 개발했지만 개발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다보니 스마트방석을 먼저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며 "스마트방석에서 성공해 스마트깔창도 올해 안으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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