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는 한국 수출 역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
연간 수출액이 58년 만에 2년 연속 감소하고, 세계 무역 순위도 8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홍콩과 프랑스에 밀린 결과다. 저유가, 글로벌 공급 과잉, 단가 하락 등 여파로 작년 수출액은 6년 전 수준인 4955억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수출은 'V'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나며 반등에 성공한 이후 12월 6.4%, 올해 1월 11.2%로 증가폭을 확대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면서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의 '청신호'가 켜졌다. 4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한 것은 2011년 12월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수출이 되살아나는 것은 △품목 △주체 △시장 △방식 등 4대 수출 구조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류 타고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쑥쑥'
최근 수출 동향을 보면 반도체 컴퓨터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판매 가격 상승과 물량 증대는 물론 화장품 등 소비재가 '쌍끌이'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식품 생활용품 패션의류 등 5대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정부가 수년 간 공을 들인 수출 품목 다변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지만 5대 소비재 수출은 13.6%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은 43.3% 급증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선전했고,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미국과 유럽도 수출이 늘었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 1000만달러 이상인 80개 소비재 기업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매출 1조원 브랜드를 5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설화수' 1개뿐이다. 이와 함께 지식재산권, 의료, 콘텐츠, 관광 등 9개 서비스 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액션 플랜도 마련한다.
◆중소·중견기업 비중 40% 육박
대기업 위주 수출 집중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5.9%에서 지난해 37.7%까지 늘었다. 화장품, 편직물, 농산가공품 등 소비재에서 중소기업의 수출이 두드러진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디지털 거래 확대, 맞춤형 소비 부상 등 세계 무역 트렌드가 중소기업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 중심 스타트업 기업의 수출도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작년 1~10월 기준 벤처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늘면서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등 여파로 대기업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선통신기기 벤처기업은 신흥국 시장 공략이 성공하면서 19% 성장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올해 5000개를 비롯해 향후 5년 간 3만개의 내수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고,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CLMV 시장이 중국 대체
지난해 한국 수출이 세계 8위로 추락한 것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6%에서 작년 25.1%로 0.9%포인트 줄었다.
중국이 빠진 자리는 베트남이 메우고 있다. 베트남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5.3%에서 6.6%로 1.3%포인트 늘었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2년 연속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3위 수출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베트남 수출은 현지 투자 증가로 2010년 이후 7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국가가 향후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 및 소비시장으로 빠르고 성장하고 있다"며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수출은 2015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수출 품목의 90%가 화장품, 의류, 패션잡화 등 정부가 유망 수출 품목으로 밀고 있는 소비자 상품으로, 정부가 국내 업체의 글로벌 온라인몰 입점을 확대하고, 해상 간이통관 허용, 반품지원센터 운영 등 적극 지원한 덕분이다. 산업부는 올해 전자상거래 수출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형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전자상거래 수출은 성장성이 높고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무역장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상고하저'···하반기 불확실성 커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는 전년보다 2.9% 확대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으로 수출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환율도 변수다.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한다면 수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구
[고재만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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