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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을 더욱 노골화하면서 국내 관광, 여행업계가 초비상 상태인 가운데 3일 오후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동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지난 5일 명동의 Y게스트하우스는 20여개 객실이 전부 텅 비어 있었다. 주인 이윤복 씨는 "봄이 되면 단체관광객이 좀 늘어날까 기대했는데 날벼락"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유커의 인기만점 숙소로 이름을 떨치던 이곳은 1월 들어 중국인 수가 급감하더니 3월 첫 주말에는자취를 감췄다.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하고 방값까지 저렴해 보통 한 달 전 예약해야 묶을 수 있던 Y게스트하우스는 이제 빈 방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드 후폭풍에 시달리는 건 Y게스트하우스뿐만이 아니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도 '사드 폭탄'이 떨어졌다.
정유년 봄날 훈풍을 불어다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커가 썰물처럼 사라지자 호텔, 게스트하우스, 면세점, 화장품숍 등이 밀집한 명동 일대는 한껏 온화한 기온에도 아랑곳 않고 얼어붙었다. '춘래불사춘'이다. 중국의 치졸한 사드 보복에 명동에서 생업에 종사중인 시민들은 분노할 힘도 없이 생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명동 인근 호텔에선 유커 방문 일정이 취소된 첫 사례가 나왔다.
명동의 4성급 P호텔엔 유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는 중국발 조치가 내려진 뒤 사흘 만인 5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행 금지조치 시행일자인 15일 이후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P호텔 직원 김모 씨는 "벌써 40명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건 앞으로 조만간 유커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P호텔은 작년 점유객실의 평균 20%가량이 중국인이었다.
이날 명동성당 옆 로얄호텔서울 로비에도 유커는 없고 9명의 일본인 관광객만 앉아 있었다. 이 호텔의 한 직원는 "유커는 사드 논란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 7월 이후 이미 하향세였고 그나마 싼커(散客·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좀 찾아오는 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싼커마저도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들도 평소 주말보다 한가한 모습이었다. 한 매장 직원 이 모씨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은 절반도 안 된다고 사장님께 들었다"며 "이미 알바생이 많이 줄었는데 이대로라면 모든 매장에서 알바생들이 살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우울하기로는 명동의 수백 개 노점상도 마찬가지다. 붕어빵을 파는 양모 할머니는 "작년 연말까지 8~10명씩 몰려와 한꺼번에 주문을 하는 중국인이 많았다"며 "오늘은 아예 그런 손님들을 보기 힘들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최대 규모의 면세점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사드 논란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예전처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까지 밝은 것은 아니었다. 롯데면세점 매장의 한 화장품업체 직원은 "지금 몰려드는 저 수많은 손님이 3월 중순 이후 뚝 끊긴다고 생각하면 아득하고, 본사에서 매장 직원 수부터 줄일 것이란 소문까지 돌아 흉흉하다"고 말했다.
명동 일대에서 만난 유커와 싼커들은 사드 배치와 양국 간의 논란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대다수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었지만 관광까지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건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자이아이리 씨(32·여)는 "사드 배치 논란을 웨이보를 통해 잘 알고 있고, 한국 정부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취소가 가능한 여행이었다면 이번에 한국을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 롯데면세점에서 만난 바오쫑닝 씨(31)도 "이번 방한이 6번째지만 또 한국관광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웨이하이에서 왔다는 대학생 궈린(22) 씨는 "사드 등 정치적인 이슈를
[김유태 기자 / 양연호 기자 / 이희수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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