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기업들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관광 전면 금지에 이어 중국 소재 롯데마트(롯데쇼핑)들의 영업정지 조치까지 잇따르는 등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롯데그룹이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매장은 23곳에 달한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매장은 모두 99곳으로 네 곳 중 한 곳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내세운 구실은 소방 규정 위반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영업정지가 아니라 막대한 손실이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토종·외자 대형 할인점들끼리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영업정지로 인해 고객들을 경쟁 업체에 빼앗길 수 잇다는 분석이다.
화장품업계도 바짝 긴장 중이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식품 명단'을 보면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화장품의 3분의 1 이상이 한국산 화장품이다. 68개 품목 중 19개가 한국산 화장품이었고 물량으로 따지면 2.5톤(t)으로 전체의 52%에 달했다.
화장품업계 A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제품 모델로 한국인을 쓰지 못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보복 조치가 있어 왔다"면서 "이번 수입 불허 조치가 새로운 제재의 시작은 아닌지 두렵다"고 우려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버스나 승용차 트럭을 배제했다. 또 주요 여행사 간부를 불러 비공개회의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단체여행이든 개별여행이든 한국행 여행 상품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면세점 산업과 카지노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7월8일 우리나라와 미국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사드를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낙관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드 배치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지 3일째인 지난해 7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서 중국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해 "(중국 측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지 않을까 예측한다"면서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이 국제 규범에 명확히 어긋나는 조치를 취했는지 밝히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이 한국행 여행 상품 금지를 '구두'로 지시한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