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3년 만에 '보호무역주의 배격'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측 의견이 반영된 것인데 작년말부터 살아나는 듯 하던 한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G20 회의에서 한·중 재무장관 만남이 무산되면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발 'G2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셈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미국의 반대로 G20은 커뮤니케(공동선언문)에 보호무역 철폐에 관한 내용을 담지 못했다.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 열린 G20 청두 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호주 프랑스 등에서 강력하게 '보호무역주의 철폐'를 넣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강하게 발언한 나라가 몇 나라 되지 않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칼날'을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미국의 행보는 우리 수출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만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폐기될 경우 2017~2020년 간 약 13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수출액이 감소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이번 G20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한·미 FTA 재협상 이야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은 다음달 나올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이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은 직접적인 미국의 제재가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드보복도 이번 G20회의에서 실마리를 풀리지 못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 유 부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추진했으나 중국측은 끝내 이를 거절했다. 중국측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는 내에서 중국인의 한국 관광금지와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영업금지 등을 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대화'를 통해 이를 풀려고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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