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화면에 환자 두 명의 몸 속 장기 이미지가 떴다. 컬러풀한 3D 입체영상이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에 위가 사라지고 육안으로는 안보이는 뒷쪽 혈관들이 보였다. 한 사람의 혈관은 갈고리처럼 꼬부라져 있고, 다른 사람의 혈관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었다. 공성호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기존 CT는 흑백이고 2차원으로 보지만, 이를 3차원 데이터로 가공하면 이렇게 몸속 장기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며 "사람마다 장기는 물론 혈관모양이 모두 다른데, 수술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수술중에도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치료'를 넘어 '디지털 환자' 시대가 오고 있다. 내 몸 속 장기들을 투시해서 보는 것처럼,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장기 뒷부분까지 생생한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디지털 클론, 디지털 아바타를 만드는 것과 같다. 기존 CT 자료를 주면 업체가 수작업을 해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부담이 없다. 프랑스의 비저블 페이션트, 디스키풀루스(DISCIPULUS) 등 글로벌 업체들이 등장했고 '디지털 환자'라는 상표명으로 특허 등록도 마쳤다. 공 교수는 "장기 바깥쪽 면을 분절해서 데이터를 가공하면 간, 쓸개, 췌장, 림프절, 심지어 종양까지 따로 만들수 있다"면서 "보고싶은 장기만 골라서 불러올 수 있고, 여러 장기를 겹쳐 보거나 혈관은 물론 위 속의 공기 음영까지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환자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위암 전문의들이다. 우리나라의 위암 치료수준은 세계 최고로 꼽히며 임상연구와 차세대 치료법을 리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디지털 환자' 프로그램도 대한위암학회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에서 개최하는 2017년 국제위암학술대회(KINGCA week 2017)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대한위암학회는 이 분야의 세계 선두 주자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 암센터(IRCAD·일카드)의 뤽 솔레르(Luc Soler) 교수의 화상 강의를 준비했다. 공 교수도 일카드에서 2년간 이 분야를 연구하고 돌아왔다.
이번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인 양한광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지금은 주로 CT로 하고 있지만, 디지털 신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MRI 등 다른 자료로도 확장 가능할 것"이라며 "영상의학의 발전을 수술에 적극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세계 26개국에서 70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디지털 환자'는 위암 수술 풍경을 어떻게 바꿀까. 수술 전 CT와 MRI 등을 통해 위암의 위치, 크기는 물론 주변 장기의 구조, 혈관의 진행 방향까지 미리 데이터에 입력한다. 그 디지털 환자를 보며 어디까지 절제할지, 림프절 전이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할 지 등을 계획한다. 실제 수술중에도 디지털 환자를 활용해 돌발 상황이나 수술계획 변경 등에 대처할 수 있다. 라선영 세브란스 암병원 교수는 "ICG등 특수 염색약과 근적외선을 이용하여 눈에 안 보이는 혈관 또는 림프관의 주행을 확인할 수도 있다"면서 "림프절 전이 여부를 확인해 제거할 부분을 결정할 수 있고, 주변 장기 및 혈관 손상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환자의 활용 범위는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암환자가 적은 외국의 경우 변화가 많은 위나 대장보다 고형암과 신경외과 분야에 관심이 높다. 궁극적으로는 수술장에서 환자에게 화면을 투영해 가상현실처럼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수술전에 계획을 수립하거나 수술중에 참고하는 정도는 이른 시일내에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 교수는 "지금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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