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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는 꼬리의 힘에 의해 뒤로나 양옆으로도 움직이며 더 힘차게 앞쪽으로 나아간다. 이들 힘이 작용하는 모양을 살펴보면 흡사 자기장의 형성 과정과 유사하다. <그림 제공=일본교토대> |
영국 요크대와 일본 교토대 공동 연구진은 최근 이 정자의 움직임에 일정한 규칙이 있고 이를 수학적 모델로도 정립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꼬리의 힘인데 이 꼬리가 힘을 가하는 방식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헤르메스 가델라 요크대 수학과 교수는 미세 현미경을 사용해 정자가 액체 속에서 정방향 추진력을 얻는 방법을 관찰했다. 정자 꼬리의 박동을 측정해 컴퓨터 모델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정자 흐름을 수학적 패턴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 결과 정자의 꼬리는 머릿부분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앞쪽으로도 힘을 주지만 그 머릿부분이 뒷쪽이나 양옆으로도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액체 속을 헤엄치는 정자가 유체 저항을 이겨내며 앞쪽으로 나아가려면 뒷쪽이나 양옆으로도 힘을 받아 움직이며 리듬을 타야 더 큰 추진력을 갖게 된다"며 "정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꼬리의 힘이 반드시 앞쪽으로만 가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제대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자 꼬리가 힘을 가하는 방향을 잘 살펴보면 마치 자석 주위에 자기장이 생기는 것처럼 앞뒤·양옆으로 힘이 생긴다는 것도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가델라 박사는 "정자는 일정한 패턴으로 힘을 모았다가 더 큰 힘으로 뻗어가기 위해 정제된 리듬으로 움직인다"며 "복잡하거나 값 비싼 컴퓨터 시뮬레이션 없이도 미세 현미경을 통해 이같은 현상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5500만여 개 정자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관찰한 만큼 정자 전체의 움직임을 일관화해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정자의 앞쪽 추진력 실체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정자가 체액에서 움직이는 방식에 따라 난자와의 결합 성공이 결정
연구진은 "이번에 관측된 정자 이동 모델을 바탕으로 더 많은 수의 정자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불임 치료의 혁신에도 분명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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