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미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미국과 중국 간 통상 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0.3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중국이 미국에 무역 제제를 하고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10% 축소되면 한국의 GDP는 약 0.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중국과 미국 등 G2(주요 2개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현실에서 미.중 갈등이 현실화될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처럼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감안하면 G2의 통상 전쟁만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추산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영향은 0.2%포인트 성장률 하락이다. 미·중 간 쌍방 무역 보복에서 파생되는 영향이 사드 보복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0.44%나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31.3%는 최종재고 42.9%가 중간재다. 중국이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재가공한 후 미국으로 되파는 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4.4%였다.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이 10% 감소해도 한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한국의 미국 수출품목 가운데 43%가 최종재고 46.6%가 중간재다. 이 중 미국에서 재가공돼 중국으로 다시 수출되는 비중은 0.8%에 그쳐 사실상 영향이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G2 무역 전쟁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실제 터진다해도 '한국 경제의 위기'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는 게 KDI 시각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 돼야 위기라 칭할 수 있다"는 게 정 연구위원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는 주로 미국·중국 두 국가의 내수가 위축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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