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나아가 세계 모든 피자헛의 롤 모델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비풀 차울라 피자헛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은 한국을 '세계적인 아이디어·이노베이션의 중심지'로 규정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피자헛의 '리치골드(고구마무스) 피자'와 2~3판의 피자를 하나로 패키징한 혁신적인 '더블·트리플박스' 등이 모두 한국에서 시작됐다"며 "한국은 늘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차울라 총괄사장은 "더블·트리플박스의 경우 아태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물론 중동, 미국, 중남미까지 세계 전역에 진출한 독창적인 패키징 아이디어"라며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한 쫀득한 '코리안 찰 도우(피자의 빵 부분)' 역시 굉장한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등 한국 시장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취임한 차울라 총괄사장이 이번에 처음 방한한 것은 단순한 '한국 예찬' 목적은 아니다. 피자헛 아시아태평양은 지난 9~10일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피자헛 아시안 태평양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아시아 지역 16개국 피자헛 지사의 임직원 80여명을 한 데 모아 한국피자헛의 성공 비결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원래 싱가포르 등에서 임원진 10여명이 모이는 소규모 컨퍼런스 행사가 열린 적은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피자헛의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주목한 차울라 총괄사장이 직접 이번 행사를 주도했다.
차울라 총괄사장의 연이은 호평은 사뭇 낯설다. 최근까지 한국피자헛은 부진한 실적으로 시장의 우려를 한 몸에 받아왔다. 피자 자체가 과거의 '고급 음식' 이미지를 잃은데다 천정부지로 오른 피자값, 1인 가구에겐 부담스러운 피자의 양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피자 시장 전반에 침체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샐러드바를 내세워 '패밀리 레스토랑' 콘셉트를 추구했던 피자헛의 타격은 컸다. 2013년 1452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5년 893억원까지 급감했고, 3억원 선이던 영업손실은 207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위기에 봉착한 한국피자헛의 선택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었다. 전국 350여개 매장 가운데 75곳에 달했던 직영점을 지난해까지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샐러드바를 갖춘 레스토랑형 매장을 줄이고, 간편함을 강화한 테이크아웃형 매장 '피자헛 익스프레스'를 대폭 늘렸다. 지난해 모든 프리미엄 피자를 배달 30%, 방문포장 40%씩 상시 할인하는 '3040프로모션'으로 사실상의 가격 인하도 단행했다.
고강도 혁신은 지난해 탁월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피자헛 측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90% 가량 줄어 올해 플러스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78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도 90% 이상 줄었다.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총 매출액이 4분의 1 이하로 줄긴 했지만 내실만큼은 확고히 다진 셈이다.
특히 3040프로모션을 기점으로 피자 판매량이 늘면서 배달·방문포장 매장 기준으로 월평균 영업이익이 37%가량 뛰는 등 수익성도 개선됐다. 차울라 총괄사장은 "한국피자헛은 몸집과 거품을 줄이면서 '더 좋은 피자를 소비자들이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피자헛의 철학에 집중했다"며 "피자헛의 정신인 '피자에 대한 사랑(For the love of pizza)'을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피자헛이 추진한 일련의 체질 개선과정을 두고 업계에선 사업을 매각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하지만 차울라 총괄사장은 "피자가 더이상 고급 음식은 아닐 수 있지만, 더 편안한 음식이 될 수 있고, 한국 피자업계는 여전히 거대한 '성장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더 많은 혁신을 시도할 예정이며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한국피자헛은 또 한 번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차울라 총괄 사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피자헛을 통해 '피자헛 패스트캐주얼 델코(Fast Casual Delco)'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현존하는 피자헛 매장 가운데 가장 현대적 개념을 적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피자헛 패스트캐주얼 델코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의 중간적 개념인 '패스트캐주얼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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