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이 스마트글래스 사업에 도전한다. 자율주행에 이어 스마트글래스 시장까지 진출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미래형 사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라그룹 고위 관계자는 21일 "자회사 한라엠티스에서 스마트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라엠티스는 자동차 애프터 마켓 제품 판매 기업이다. 지난 해 한라그룹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가 자회사로 편입했다. 양산 시점은 2~3년 후로 예상된다.
구글은 2012년 '구글 글라스'를 시연하며 이 분야를 개척했다. 2014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출시가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스마트글래스를 통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더 큰 문제는 카메라가 달려 있는 디자인, 비싼 가격이 주는 거부감이었다.
한라엠티스는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며 구글이 실패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라엠티스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쓰는 데도 손상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도 경쟁력 있게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2013년 '구글 글라스 익스플로러 에디션'을 1500달러(168만원)에 판매한 바 있다. 한라엠티스는 스마트 글라스를 보급형 스마트폰의 가격인 30만~50만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글래스 시장 규모는 2015년 23억4000만 달러(2조6278억원)에서 2022년 연간 81억3000만 달러(약 9조1299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마트글래스를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성장으로 PC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DC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5%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이에 글로벌 전자 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를 활용하면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외과·치과수술까지 가능해진다. 동영상 채팅 앱 스냅챗은 지난 해 사명을 스냅으로 바꾸고 선글라스형 카메라인 '스펙터클'을 출시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글래스를 내년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엡손의 모베리오 BT-300은 국내에서 99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한라엠티스는 한국 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해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한라엠티스 관계자는 "스마트 글라스와 5G 기술이 결합되면 궁극적으로 PC 모니터가 전부 사라질 것을 본다"며 "한국의 선진 통신 기술을 접목하면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라그룹의 이번 개발에는 정몽원 회장의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다. 정 회장은 지난 해 창립 기념식에서 "향후 5~10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자동차부문에서 미래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라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만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테슬라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 소식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첫 자체개발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가 받았다.
스마트 글래스는 자율주행차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고도화된 자율주행차에서는 운전자 앞 유리를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게 된다. 해당 기술을 '스마트 글래스'에 먼저 적용해본 후 자율주행차에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터치 스크린, 웨어러블 기기 등의 핵심 기술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한라그룹은 다양한 자회사를 활용해 미래 첨단 기술 시장에서 우
■ <용어 설명>
▷ 스마트글래스 = 정보통신기술(IT)과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활용한 웨어러블 기기다. 사용자는 안경에 표시된 화면으로 내비게이션, 카메라, 이메일, SNS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한다. 음성 명령만으로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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