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이 미국 진단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과 공동으로 분자진단 시약 및 장비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추진한다. 씨젠은 의료기기 회사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진단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써모피셔는 세계 50개국에 약 5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이다. 연매출은 약 180억달러로 글로벌 체외진단 상위 5개 업체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QS5를 출시하고 세계 2위 체외진단 기업인 지멘스 헬스케어와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양해각서(MOU)보다 진전된 협력계약으로, 두 회사가 파트너로 각각의 제품에 대해 FDA 승인을 획득하는 것이 골자다. 씨젠은 써모피셔의 최신 분자진단 장비인 '퀀트스튜디오5(QuantStudio5·QS5)'에 자사의 최신 분자진단 시약인 '올플렉스(Allplex)'를 적용한 제품 개발을 연내 완료하고, 임상시험 등을 거쳐 내년 말 FDA 승인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써모피셔는 씨젠의 시약이 적용된 QS5에 대해 FDA 승인을 받는다.
미국은 세계 분자진단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다른 시장에 비해 보험수가가 높아 모든 진단 기업들이 진출을 꿈꾸지만,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임상평가 요구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으로 수요에 비해 상업화된 제품들은 적은 편이다. 써모피셔가 미국사업 확장 파트너로 씨젠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사 한 번으로 수십가지 병원균을 찾아내는 동시다중 분자진단 검사 장비와 최신 시약 기술을 결합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씨젠의 올플렉스 제품은 동시다중 정량검사가 가능한 세계 유일의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리얼타임 PCR) 제품으로, 병원균을 찾아내면서 감염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씨젠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5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내 멀티플렉스 진단이 가장 필요한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마쳤다. 이를 통해 씨젠은 대용량 검사가 필요하면서도 증상만으로는 원인균을 구분하기 힘든 성 감염증과 소화기, 호흡기 검사 제품 등에 대한 FDA 인허가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제품은 지난 2015년 하반기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출시된 후, 최근 1년간 신규 고객수가 10배 증가하는 등 이미 충분한 시장 수요가 검증된 제품이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써모피셔는 '분자진단 표준화'의 최적의 파트너다. 함께 미국 시장을 개척하며 동반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올플렉스는 출시 1년만에 유럽에서 30% 이상 매출을 올리며 검증받은 제품인만큼, 하이 멀티플렉스 등 선진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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