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해외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르노삼성이 시장 침체기에 국내외 판매에서 독주하는 비결로는 생산성 향상과 노사 협력이 꼽히고 있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 중 르노삼성만이 올해 들어 유일하게 해외 판매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5만3903대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5만1429대)와 비교해 4.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해외 판매는 전부 감소했다. 현대차가 -5.2%, 기아차가 -8.6%, 한국GM이 -4.1%, 쌍용차가 -18%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수출 호조는 SM6와 QM6 등 'SIX형제'가 이끌었다. 두 차량은 올해부터 본격 수출이 이뤄졌으며 SM6가 3052대, QM6가 1만1792대 나갔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돼 북미로 수출되는 닛산 로그의 실적이 1만대 가량 빠졌는데도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내수 판매 역시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7.9% 전진했다. 같은 기간 내수 시장에서 양의 성장률을 기록한 건 현대차(0.9%)를 제외하곤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사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르노삼성이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지금처럼 선전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2012년 부산 공장 생산 대수는 14만3967대로 전년(24만4295대) 대비 41% 폭락했다. 부진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돼 영업손실 172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년 쌍용차와 내수 시장 꼴찌 자리를 놓고 경쟁했으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르노삼성이 부진을 이겨낸 배경에는 생산성 혁신과 노사협력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공정의 시스템화를 통해 생산의 효율화를 끌어올렸다. 차체공장 용접 조립 라인에 도입한 IBPS(인공지능형 다차종차체용접시스템)가 대표적 예다. 이를 통해 해당 조립라인의 자동화율은 무인 공정 수준인 99%에 달한다. 또한, 작업장 내 무인운반차(AGV·Auto Guided Vehicle)를 도입했다. 작업자는 운반 등 단순 노동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부진이 연속되던 시기 대대적인 구조조정 대신 공장 인력 유지를 선택한 것도 회생의 비결로 꼽힌다. 노동자들은 투쟁과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며 사측의 노력에 화답했다. 지난 해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에 성공한 것도 오랜 기간 쌓아온 노사 관계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부산 공장의 생산성은 수직 상승했다. 르노 그룹 소속 전 세계 18개 공장에서 르노삼성 부산 공장 경쟁력 순위는 2013년 13위에서 2014년 8위 2015년 2위로 매년 상승하다가 지난해에는 결국 1위로 등극했다. 르노그룹 본사는 르노삼성 경쟁력을 우수하게 평가해 최근 QM6를 비롯한 프리미엄 SUV 개발·생산을 전담시키기로 결정했다.
바닥을 찍었던 부산 공장 생산대수도 회복됐다. 이 공장 연간 생산 대수는 2013년 12만9439대로 최대 생산 대수 27만5000대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24만3965대로 생산 가능 대수의 88% 수준으로 올라왔다. 같은 해 매출은 6조2484억원, 영업이익은 417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6.7%로 그 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에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여름 판매를 앞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소형차 클리오는 전량 수입된다. 이미 수입 판매 중인 QM3까지 더하면 전체 라인업 중 3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반쯤 수입차 회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에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은 해당 차량들의 국내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트위지는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 국내 생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실시한 트위지 구매 사전 신청에 1200명이 응모했다"며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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