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은 산업은행에서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봅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 중인 주주협의회(채권단)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며 박 회장 고민이 깊어졌다.
박 회장은 26일 매일경제와 만나 향후 주주협의회 대응 방안을 밝혔다. 상표권 문제를 넘어 결국 금호타이어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 등 주주협의회인 만큼 앞으로 행보를 놓고 고심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박 회장은 '금호그룹이 더블스타에 상표권 사용을 허가하지 않으면 산업은행 등이 대출 만기 연장 불허 조치를 내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경우 (주주협의회와) 협의가 있으면 5년간 허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대답했다.
다만 그는 "만약 산업은행 말대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간다고 하면 그런 회사를 어떻게 9550억원에 (더블스타에) 매각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금호 고위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상표권 사용을 아예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주협의회에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표권 사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달오면 논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그룹 측이 협의에 나설 수 있도록 주주협의회가 운신의 폭을 남겨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호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여신 만기 연장 불가 등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조치를 내걸면서 금호를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논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자꾸 줄여나가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주협의회는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에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최대 20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지는 더블스타가 원할 때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은 '비상식적인 계약 조건'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이 쥐고 있다.
금호그룹이 더블스타에 상표권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산업은행은 대출 연장을 더 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주협의회는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1조3000억원 규모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를 오는 9월까지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더블스타와 인수계약 시한(9월 23일)까지 금호타이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자금줄을 대준다는 의미가 있다. 인수 주체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라는 '프리미엄'이 담긴 상표권을 사용하지 못하면 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더블스타와 협상 틀을 이어가기 위한 임시 조치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업 비중이 39%에 달하는 중국 시장 회복이 절실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현지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지난 1분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결기준 영업손실(-282억원)을 냈다. 금호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해외에 매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판매가 늘었다"며 "결국 중국 리스크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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