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A씨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학교에 보낼 때마다 늘 걱정이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군것질을 할 나이라 언제 어디서 땅콩이 든 식품을 잘못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만 나면 '절대 땅콩을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다. 한 눈에 봐도 땅콩이 들어있는 식품은 최대한 가려 먹을 수 있지만, 땅콩 잼을 바르거나 소스에 땅콩을 갈아넣은 '보이지 않는 땅콩 식품'은 어린 아들은 물론 엄마인 A씨조차도 알아채기 쉽지 않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아이가 제과점에서 땅콩 소스가 섞인 빵을 사먹는 바람에 입술이 퉁퉁 붓고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는 일도 겪었다. A씨는 "몸이 약한 아이들은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적어도 햄버거·빵·아이스크림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표기하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A씨처럼 식품 알레르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제과점·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식품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있는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원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이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알레르기 유발식품 표시제'가 시행되면서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부터 알레르기 유발식품 표시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햄버거와 피자, 빵, 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을 판매하는 점포 수 100개 이상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점포 수 100개 이상인 34개 프랜차이즈 업체, 1만6343개 매장에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 사용 여부를 표시하게 된다. 주요 업체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나뚜루, 배스킨라빈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도미노피자, 피자헛 등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매장 안에 별도로 비치된 포스터·책자 등을 통해 알레르기 유발 원재료가 쓰였는지를 소상히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메뉴 가운데 알레르기 물질이 함유된 메뉴를 명시하거나, 아예 알레르기 물질을 쓴 메뉴를 일괄적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매장 내 메뉴 게시판, 제품 태그에도 알레르기 유발 식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표기된다. 온라인 배달점은 해당 홈페이지, 전화 주문 배달점은 음식과 함께 제공받는 전단지·스티커 등을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표시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한국인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종류 총 21가지다. 난류(가금류에 한함),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아황산류, 호두, 닭고기, 쇠고기, 오징어, 조개류(굴·전복·홍합 포함) 등이다.
식약처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