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들이 카페나 외식프랜차이즈까지 손을 대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 관련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콘텐츠·연예 기획사를 비롯해 인터넷게임업체, 빅데이터분석업체 등 카카오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60여개 신사업 군단을 형성하면서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지난해에 인수 뿐아니라 지분투자도 258억원을 실시했다. 이는 2015년 201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 4642억원인 것에 비춰보면 유망 벤처기업 인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게 엿보인다.
카카오는 스스로 신사업 관련분야 기술개발을 못해서 매출을 넘어서는 돈을 투자해 기업들은 인수한 게 아니다. 그간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의 신사업 진출로 시장이 커지면 뒤늦게 뛰어들면서 막대한 물량공세를 퍼붓거나 기술탈취로 시장을 독과점한 것과는 사뭇 다른 정책적 선택이다. 기술력을 갖췄으면서도 M&A, 지분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는 벤처기업의 혁신가치를 인정하고 시장을 적시에 함께 키우는 전략을 스스로 택한 게 의미가 크다.
벤처전문가들은 최근 불고 있는 벤처기업 2차 창업붐이 '데스밸리'(창업 3~7년차 죽음의 계곡)를 넘어 수출과 일자리 창출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카카오 같은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도 기업과 벤처투자가 몰려오도록 대한민국을 창업·인수합병 허브로 구축하는 것도 필수다.
그러려면 몇가지 해야할 일이 있다. 우선 초대 중기벤처부(가칭)는 창업에서 투자는 물론 육성·인수합병·자금회수까지 그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으로 키워야 한다. 벤처기업의 기술인증과 보호에 앞장서고, 대기업이나 투자자·해외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토양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창업활성화를 위한 연대보증 폐지엔 진전이 있지만 인재유치를 위한 벤처 스톡옵션 비과세 부활이나 벤처기업 M&A 주식양도세 면제 등 벤처 활성화 대책은 아직 미진하다. 벤처기업 3만 시대에 창업 확대와 함께 글
특히 중기벤처부의 리더로는 혁신기술 창업·육성·M&A 등을 주도할 기업현장 디테일에 강한 인물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황철주 매경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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