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로부터 30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9조4600만 km)떨어진 곳에서 두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중력파가 검출됐다. 2015년 2월과, 2016년 6월에 이어 인류가 측정한 세번째 중력파다.
미국 한국 독일 영국 등 13개국 과학자 1000여 명으로 구성된 '고급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라이고) 연구단'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올해 여름까지 진행된 2차 라이고 관측가동 중 3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태양보다 약 49배 큰 질량을 갖는 새로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 측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2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이듬해인 1916년 6월,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물결과 같은 파장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만들어지면서 퍼져가듯이 우주 대폭발(빅뱅)이나 블랙홀, 거대한 별 등 큰 중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시공간이 뒤틀리며 중력파가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중력파의 첫 발견은 2015년 2월에 이뤄졌다. 이듬해 곧바로 두번째 중력파가 발견됐으며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는 각각 질량이 태양의 31배, 19배에 달하는 블랙홀이 주변을 돌다가 충돌해 태양보다 49배 무거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연구진은 "첫번째 검출된 태양의 62배인 블랙홀 보다 가볍고, 두번째 검출된 태양의 21배 되는 블랙홀 보다 무거운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측 데이터는 쌍성계에 존재하는 두개의 블랙홀 중 적어도 하나의 블랙홀은 공전축과 자전축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방갈로어 사이하프라가쉬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번 관측은 블랙홀 자전축이 정렬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첫 번째 증거"라며 "블랙홀이 밀집 항성계에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형목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구상 성단과 같은 밀집 성단에서 역학적 과정을 통해 블랙홀 쌍성이 효율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론적인 논문을 발표해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자전축과 공전축의 방향이 전혀 다른 블랙홀 쌍성의 충돌이 관측된다면 우리의 이론적 예측이 맞아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 2차 중력파 검출은 물론 이번 검출에도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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