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주량이 세진 않지만(강조) 술자리 애찬론자인 기자는 탄산으로 해장을 한다. 소화가 안 될 때는 물론, 감기 기운에 목이 살짝 따끔따끔해질 때도 어김없이 탄산을 찾는다.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전혀 없지만 목구멍을 타고 흘러드는 기분 좋은 청량감이 위까지 닿으면 정신이 번쩍 들고 감기 바이러스마저 싹 씻겨내려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추천하진 않는다. 단지 기자가 그런 타입이란 거다.
탄산음료를 냉장고에 한 병씩은 꼭 쟁여두던 기자가 나잇살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즐기게 된 것이 탄산수다. 수 년 전 카페에서 처음 맛보고 '아 돈 버렸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 밍밍하면서도 알싸한, 기본기 탄탄한 탄산수 맛과 향에 곧 반해버렸다. 칼로리 걱정이 줄어드는 것도 한몫했다. 온라인몰에서 탄산수를 한 박스씩 주문해 자취방에 두면서 탄산수 제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 소다스트림 이미지 사진 [사진 제공 : 소다스트림] |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전기 사용이나 배터리 충전이 없다는 점이다. 수동 제품으로, 손으로 눌러 탄산을 제조하기 때문에 전기세나 누전, 충전 걱정이 없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 토스트기 등 늘어나는 주방 가전으로 엉킬대로 엉켜버린 전선 뭉치에 또 하나의 전선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제품 무게가 5kg에 가까운 탓에 휴대가 용이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자리에 코드 길이 걱정없이 놓을 수 있단 건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여기는 탄산수 제조기 자리'로 구매 전부터 찜해놓은 곳이 아닌 식탁 같이 청소가 편리한 곳에 우선 두고 시범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물폭탄을 맞더라도 '닦으면 그만'인 곳이 처음엔 좋다. 이유는 기자와 같은 기계치일 경우 소량의 물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도 두 번째 시도부턴 물폭탄이 없었으므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소다스트림은 지난 1903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돼 전세계 탄산수 제조기 시장 1위로 성장한 글로벌기업이다.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전세계 45개국, 60만 가정에서 15억L의 홈메이드 탄산수가 이 탄산수 제조기로 만들어진다. 한 해 판매되는 탄산수 제조기 수만 2000만대. 스위스와 독일 가정에서는 30% 이상이 소다스트림을 사용할 정도다. 과거,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집에 든 도둑이 이 탄산수 제조기를 훔쳐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에는 삼성 지펠과 손잡고 스파클링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제품력을 자신하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초반 탄산수 제조를 위해서는 품이 좀 든다. 먼저 탄산수 60L를 만들 수 있는 천연탄산가스 실린더를 본체 뒤 뚜껑을 열어 '돌려' 끼워야 한다. '돌려'를 강조한 이유는 이후 물이 든 퓨즈(전용병)를 본체에 낄 땐 '밀어' 끼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린더 끼우기에 쉽게 성공했던 기자는 퓨즈도 계속 돌려댔다.(설명서에는 맞춰 끼우라고 돼 있다) 실린더와 퓨즈는 제품과 함께 들어있으며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 고객센터를 통해 추가로 구입할 수 있다. 실린더에는 독일 화산 암반층에서 추출한 99.9%의 천연탄산가스가 들어있어 임산부와 어린이도 걱정없이 탄산수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퓨즈에 생수를 담을 때는 안내선에 딱 맞추는 게 좋다. 펌프 횟수나 누르고 있는 시간에 따라 탄산 강도가 세지는데, 이 때 탄산이 급속도로 물에 주입되는 만큼 물의 양이 많으면 새기 쉽기 때문이다. 제조 시에도 가만히 누르고 있는 게 좋다. 기자처럼 폭풍 펌프질(?)을 할 경우 탄산수가 새서 물폭탄을 맞는다.
탄산 주입이 끝나면 퓨즈를 당겨 뺀 뒤 탄산수 전용 시럽인 에이드믹스로 맛과 향을 첨가해 마시면 된다. 에이드믹스는 독일에서 직수입한 유기농 에이드믹스 3종과 일반 에이드믹스 3종, 세프 에이드믹스 2종이 있다. 기자는 일반 에이드믹스인 레몬에이드와 레드애플을 이용해 탄산수를 만들었는데 레몬에이드는 글로벌 브랜드의 탄산수와 맛과 향이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권장량만큼 넣었을 경우 좀 더 달아 개인 취향에 따라 넣는 걸 추천한다. 레드애플은 사과향주스에 탄산을 첨가한 맛으로 아이들 선호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드믹스를 넣을 때 탄산이 뿜어져 나오므로 아이들과 함께 제조 시 주의해야 한다.
국내 탄산수 시장은 1000억원대. 5년 여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 7000억원대 탄산수 제조기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 비중은 10% 정도로 유럽에 비해 성장이 늦었지만, 일본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시장은 매년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국내에서도 탄산수는 초반 음료 대용에서 고기 냄새를 빼거나 냉국 등을 요리할 때 사용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소화를 도와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공관리를 위해 세안이나 족욕, 두피 관리 등에도 두루 사용되지만 기자는 아직 마시기에도 부족하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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